[임신 10주] 모든 게 느려진 시간

아주 느린 속도로 걷는 중

by 김승우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일이 있어서 사업에 필요한 일 처리를 위해 양주시 보건소에 방문했다. 다행히 승일이 찬스로 차를 타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대중교통으로 왕복 2시간 반은 잡고 가야 하는 거리였다. 임신 10주, 아직 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몸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


보건소 복도를 걸으며 발걸음이 평소보다 느려진 것을 느꼈다. 직원의 설명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그 외에도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조금씩 더뎌진 것 같았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체력이 금방 떨어졌고 집으로 돌아와 오후 내내 쉬어야 할 만큼 지쳐버렸다.


'임신하기 전에 모든 일을 미리 해두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태에서 임신 기간을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지금 뭔가를 빨리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일이 궤도에 오르는 것을 보고 싶은데 생각만큼 일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일에 필요한 서류들은 반려되고, 몸은 피곤하고, 집중력은 예전 같지 않고, 모든 것이 더뎌지고 있다. 임신 전의 나라면 이틀이면 끝냈을 일을 일주일 넘게 붙들고 있으면서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욕심이다.


임신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시기에 임신이 되지 않았으면 또 다른 방식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그때는 또 그때대로 초조해하고 불안해했을 나를 너무나 잘 안다.


힘들거나 답답할 때만큼은 어김없이 신을 떠올린다. 나에게 이런 시간을 주신 이유가 무엇일까. 느려진 시간, 불편한 몸,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 속에서 내가 얻어 가야 할 교훈이 무엇일까.


신은 그 사람이 버틸 수 있을 정도의 고통만 준다는데 나는 이것이 고통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사소하고 작은 불편함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작은 불편함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얼마나 조급하고 통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깨닫는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때는 내 능력이라고 생각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만 신의 뜻을 찾는다. 하지만 이런 이기적인 생각조차도 지금의 나에게는 위안이 된다. 적어도 이 상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고 있다는 것, 그저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붙잡고 버텨보고 배우려 하고 있다는 것.


확실히 내 몸은, 내 삶은, 예전과 같지 않다. 앞으로 배는 더 불러올 것이고, 몸은 더 무거워질 것이며, 할 수 있는 일들은 더 제한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의 시간, 나의 몸, 나의 자유가 제약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은 어쩌면 연습이 아닐까. 내 계획대로, 내 속도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 느려지는 것을 견디는 연습.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연습. 그리고 무엇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 속에서도 감사를 찾는 연습.


느려진 시간은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빨리 달려가는 것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더 깊이 느끼라는 것. 성취만을 좇지 말고, 과정 속에서 배우라는 것. 혼자 모든 것을 해내려 하지 말고, 도움을 받는 것에 감사하라는 것.


임신 10주.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지만, 나는 아주 느린 속도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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