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5주 6일] 뜻대로 되지 않는 모든 일 앞에서

그냥, 그저,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by 김승우

이것저것 해본다고 돈을 적지 않게 쓴 것 같다. 아무리 무자본 사업이라 해도, 사업은 무조건 돈이 든다. 남들은 매달 꼬박꼬박 벌어들이는 돈을, 나는 써야 한다. 티끌 같았던 그 돈이 차곡차곡 쌓여 태산이 되어버릴까 솔직히 무섭다. 야금야금 통장에 꽂히는 돈을 빠르게 늘어나는 비용 앞에서 '버는 돈'이라고 하기엔 부끄럽다.


생각했던 것만큼 벌리지 않는 이 상황에서 임신은 내가 결코 바라던 결과는 아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임신을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었다. 파워 J인 나는 올해 계획에 임신이 있었으니까. 다만, 3년 전부터 내 것을 해보겠다고 해놓고 그럴싸한 걸 구축해놓지 못한 나 자신이 실망스러워서 한동안은 스스로를 많이 미워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많이 알아두려고 노력하고 나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여전히 알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지금 같은 순간엔 다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내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답답하다. 비교적 연봉이 높은 산업군에서 일을 해와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몰라도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 있는 난 나 자신이 가치가 없어졌다는 생각을 한다. 머리로는 아니야,라고 하지만 이 답답한 마음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냥, 그저,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회사를 다니면서도 부지런히 다른 일들을 하면서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열심히 채워왔는데 큰 수익으로 연결된 것도 없는 것 같고, 무엇보다 요새 AI의 행보를 보면 내가 여태 해온 일들을 이제 나보다는 AI가 훨씬 더 잘 처리할 것만 같아서 무섭기도 하다. 힘이 빠진다. 예전에는 일단 하고 봤는데 요새는 오히려 한꺼번에 많은 정보들이 입력되면서 새로운 시도 앞에서 자주 머뭇거린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해야 한다.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임신 15주 5일] 못생겨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