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렌도르프의 비너스
27주 차 중반이다. 천장을 보고 오래 누워있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아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돌아누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젠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양말을 신거나 발톱을 깎는 자세가 버거워졌고, 고정력이 약한 헐거운 바지를 입으면 튀어나온 배를 감당하지 못하고 바지가 미끄러져 내려가기도 한다. 잘못 선택한 바지를 입은 날에는 길을 걸으면서 몇 번을 멈췄다가 혹여 누군가가 볼까 봐 아닌 척하며 바지를 치켜올렸다가, 정 안될 때는 바지 앞섬을 붙잡고 걸었다. 숨은 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더 많이 찬다.
내 몸을 보다가 문득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생각났다. 그 사진을 교과서에서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그 시기의 나는 그 조각상이 너무 뚱뚱하고 기괴하다고 생각했고 보기 싫어서 다음 장으로 넘겨버렸던 기억이 있다. 보기 싫었던 그 사진 속의 비너스처럼 되어가는 것만 같은 나를 예쁘게 바라보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커진 배와 엉덩이를 가릴 옷들을 찾고 있다. 배는 그렇다 쳐도, 안 그래도 골반이 큰 나는 엉덩이가 커지는 건 정말 너무너무 싫은데 아니나 다를까 나랑 주수가 비슷한 요가 도반이 커지는 엉덩이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얘기했다. 임부복을 사기는 해야 하는데 딱히 적당한 게 없고, 질이 별로 좋지 않고, 딱 한 시기만 입으니 돈이 아깝기도 하다면서. 이렇게까지 몸이 커질 줄 몰랐던 우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한참을 그렇게 속 얘기를 하면서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시간은 막달을 향해 부지런히 가고 있다. 아마 지금보다는 여러모로 더 많이 버거울 터. 어쩌면 더 많이 울지도 모르겠지만, 겪은 고독의 시간만큼 진한 사람이 될 것도 알기에 엄마만이 겪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난 온전하게 겪어낼 것이다.
문득,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나는 어쩌면 아가들의 힘찬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이 유일한 시절을 매우 그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