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것이 풍경이다
늦게 본 자식을 빨리 키우고 싶으셨던
그의 어머니가
호적을 고쳐 생일을
일곱 달이나 앞당기셨고
이웃에 살던 사범대 학생을
과외선생으로 붙여 놀지도 못하고
오직 공부만 시키셨다한다.
안규철은 공부시간에 잘못을 하게 되면
벌을 받았는데
그 벌이라는 것이
창문 앞에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
바깥 풍경을 내다보며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길 건넛집 빨랫줄에 빨래가 널려 있고
마당에 해바라기가 피어있고
해바라기 옆에는 담장이 있고.."
벌을 받기보다는 무슨 놀이를 하는
기분이었다고 하는데
하지만 익숙하게 보아
온 세상의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로 설명하기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 할 얘기가 없어 다 했다고 할 때마다
과외선생님은
뺐거나 얼버무렸던 것들을
신기하게 찾아냈다고 하는데
그 일은 마치 종이 위에 물감 대신
말로 풍경화를 그리는 일과 같았다나..
그는 그때 처음으로
세상이 하나의 책처럼
읽을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놀라운 책은 읽고 읽어도
항상 새롭고 끝이 없었고,
그의 일생일대의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그의 삶을
이끌어준 계기가 되었고.
나에게도 이 이야기는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풍경이 된다.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분주하게 오가는 차와 사람들도
웃으며 지나가는 학생들과,
굳은 얼굴로 무표정하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하늘의 구름과
지는 노을과 바람과
자연의 모든 숨결 하나하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풍경이고 이야기가 돼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별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숱한 삶의 모습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풍경들이 만들어 들려줄
세상이라는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