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직 Oct 22. 2023

'유머'의 비밀

삶을 대하는 유연한 지혜

링컨. 

우리가 '링컨'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드는 생각은 미국의 정치가이자 남북전쟁에서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위대한 인물이라는 거다. 명망 높은 인물임과 동시에 링컨. 이 사람은 살면서 참으로 비방, 비난, 비판에 무수히도 시달렸다.  


링컨의 아버지 토마스 링컨은 1637년 영국에서 이민 온 직공의 후예로서 신발 만드는 일에 종사했다. 링컨이 미국의 대통령에 선출되었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된 상원의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이 명문 귀족 출신이었던 상원의원들은 신발 제조공의 아들 밑에서 일한다는 게여간 불쾌하지 않았던 것이다.


링컨이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기 위해 단 위에 서는 순간, 어느 거만해 보이는 상원의원이 일어나서 링컨을 향해 말했다. 

" 당신이 대통령이 되다니 정말 놀랍소. 그러나 당신의 아버지가 신발제조공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신발을 만들기 위해서 가끔 우리 집을 찾아오곤 했었소. 이 신발 역시 바로 당신의 아버지가 만든 것이오. " 

상원의원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링컨은 조용히 서 있었다. 훤칠한 키의 링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때,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부끄러움의 눈물이 아니었다. 링컨이 단호하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의원님 덕분에 한동안 잊고 있던 내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났습니다. 내 아버지는 신발 제조공으로 완벽한 솜씨를 가진 분이었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능가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위대함을 따르려고 노력할 뿐이었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많은 귀족들의 신발을 만드셨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모인 분들 가운데는 내 아버지가 만드신 신발을 신을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만일 신발이 불편하다면 저에게 말씀하십시오.

아버지의 기술을 옆에서 보고 배웠기 때문에 손봐드릴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내 아버지가 만드신 신발을 최선을 다해 고쳐 드리겠습니다. 물론 저의 솜씨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비교할 수 없습니다만. "


 예를 들면 이런 일화들이다.


링컨이 상원의원 선거에 입후보했을 때도 더글러스라는 후보와 겨루게 되어 두 사람이 합동 선거 유세를 했다. 더글러스 후보가 링컨의 과거 경력을 문제 삼아 비방하기 시작했다.  

“링컨 후보는 그가 전에 경영하던 상점에서 팔아서는 안 될 술을 팔았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법을 어긴 일이고, 이렇게 법을 어긴 사람이 상원의원에 당선된다면 이 나라의 법과 질서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링컨은 상원의원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될 사람입니다.”  


이 말을 들은 청중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이번에는 링컨이 더글러스 후보의 공격에 꼼짝없이 무릎을 꿇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걱정스럽게 링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링컨은 전혀 당황하거나 흥분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이렇게 답변했다.  


“예, 그렇습니다. 더글러스 후보가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본인이 그 상점을 경영하던 당시 더글러스 후보는 저의 가게에서 가장 술을 많이 사 먹은 최고의 고객이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사실은 저는 이미 술 파는 계산대에서 떠난 지가 오래되었지만, 더글러스 후보는 여전히 그 상점의 충실한 고객으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링컨이 재치 있게 답변하여 더글러스의 공격을 피해 가자 더글러스는 신속하게 화제를 돌려 다시 링컨을 공격했다.   


“링컨은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입니다!"

링컨은 이번에도 태연하게 받아쳤다.  


“좋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러분께서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일 제가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면, 오늘같이 중요한 날, 왜 제가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비판을 받아도 유연하고 재치 있게 응수하는 유머 있는 태도가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게 이런 거다. 남을 비판할 때는 큰 잣대로, 나를 비판할 때는 작은 잣대로. 속 좁은 세상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란 존재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범접할 수 있는 신기에 가까운 링컨의 화법.

비판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아야 하는데, 비판을 받으니 오히려 자존감 있고 당당하게 받아친 링컨의 재치라니.. 링컨의 진가는 그를 드러내는 수많은 타이틀이나 업적에 대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숱하게 마주치는 곤경의 순간에도 잃지 않았던 그의 여유.

멋지고 통쾌하다!
'유머'야말로 비판에 대처하는 최고 무기이고, 상황을 성숙하고 유연하게 바라보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이전 12화 겨울이 좋은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