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을 한 끼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마침 친구분들과 등산모임이 있던 그날, 온전히 하루를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으시면서 '금식'을 하시다니..
그런데
내가 우리 아버지의 특징 중 가장 인상적으로 여기는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어떤 모임이든 자리가 파하고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그 순간에 제일 먼저 그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항상 다른 이들에게 먼저 가라 하시고 차에 타고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본 후 마지막으로 자신이 떠나시는 거다.
상대가 연장자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 어린 동생이나 친척들 지인들인 경우에도 되도록 먼저 떠나는 모습을 보시고 그제야 그 자리를 떠나시는 아버지.
처음에는 무슨 하인이 주인 마중하는 것 같은 아버지의 모습이 보기 싫어 먼저 가시라고 등도 떠밀어 보았는데, 끝까지 남아 다른 사람들 가는 것 보고 가야 맘이 더 편하시다 하셨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사소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는데 나보다 남을 더 위한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마음인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의 말투 그의 행동이나 버릇 사소한 것 하나라도 닮고 싶어 진다.
아무리 작고 별 것 아닌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닮기 원하는 사람들에겐 그분의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나는가 보다.
단 돈 10원에도 벌벌 떠시고, 아직도 하루에 천 원짜리 한 장만 있으면 콩나물 두부 사다 밥 해 먹고도 남는 돈인 줄 아시는지 생활비 몇 푼에도 짜디짜게 구시는 아버지가 예수님을 닮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우리 아버지에게 가끔 예수님의 향기가 배어남을 느낀다. 새벽기도도 잘 못 가시고 모임에서 아버지가 기도하실라치면 어색해질까 조마조마하기만 한데 말이다. 70이 넘은 나이에 암판정을 받으셔서 많이 놀라셨겠지만 생명하고 연관되어 가장 연약한 그 순간 또한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한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고백하시는 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