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연애편지
슬프고 가슴 저린 영화를 보고 나면 마지막 엔딩자막이 다 올라가도
여운이 남아 일어설 수 없는 것처럼,
당신을 만났을 때 나는, 감동의 물결
그 자체로 온 마음이 출렁거렸지요.
비가 하루 종일 거리를 적셔 공기마저
축축해 숨을 쉬어도
물을 마시는 것 같던
우리의 만남이 있던 날.
은은한 조명아래 창밖으로 펼쳐져 있던
비 오는 강변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조그만 마음의 선물이라며 넥타이를
내밀었을 때
여자에게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선물이라며
두 눈을 반짝이던
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던 당신.
그날 온 대지를 적셨던 것은
비와 눅눅한 공기가 아니라
아마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간절한 마음이었었나 봐요.
처음 볼 때부터 당신이 좋았어요.
좀 성급할지 몰라도
내 인생의 시작과 끝은 당신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신을 만나면서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면서도 나는,
이래선 안된다고,
정말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에게 나를 맡겨 버리는 건
사랑이 아니라 고통을 주는 게 아닐까..라고요.
말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던 나는
당신을 향한 사랑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너무 두렵고 떨려서
자꾸 당신을 가져야겠다는 욕심에
아프도록 괴로웠어요.
죽고 싶었던 나를..
세상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던 나를..
숨겨오며 모른 척 잊어버리고 살았었는데..
당신을 만나고
당신을 그리워하는 동안
나는 그만, 당신과 같이 너무 살고 싶어 졌어요.
당신이 내 참모습을 알까 봐 가슴 졸였지요.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기에 숨기고 싶었다면
당신을 더 많이 사랑했기에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당신이 흘렸던 눈물에 마음이 아파
아무 말도 해 줄 것이 없었던 나..
왜 나를 선택했느냐고 자꾸 물었지요.
왜 나를 사랑했느냐고..
너일 수밖에 없도록 신께서
운명 지어 놓으셨다는 말에
내 맘에 옹벽이 와르르 무너지듯
무너진 그 자리에
이제 당신만을 위한 꽃 한 송이를
심어 놓고 싶어요.
이슬 머금고 막 터질 것 같은 꽃봉오리들처럼
하나씩, 하나씩..
당신만을 위해서 피어나고 싶네요.
당신의 영원한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오늘, 당신을 만나 이토록 행복한 날에
마주 앉아 다정스럽게 손잡고 싶은 그대.
함께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 순간
사랑만 하고 살아도 모자란 이 세상을
당신을 향한 마음만으로
가득 채워 두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