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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 Oct 20. 2023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40일 새벽여행 '사랑으로 가꾸는 삶'

‘사랑’이라는 것이

이제 갓 연애를 시작한 청춘남녀의 마음처럼 두근거리며 달아오르고

봄날 분홍빛으로 물드는 꽃잎같이 설레며, 차오르는 새순같이 싱그러운 것이라면

그랬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이 40일 새벽여행길을 함께 걸으며 나눈 ‘사랑’은 

내 입속에서 생캔디처럼 녹아내리는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실 인류 최대의 거대 담론이고 최고의 가치인 ‘사랑’이 주제라길래 잠에 취한 새벽을 

의지로 털어내고 매일매일 하나님 전에 와 얻어 갈 달착지근한 메시지를 기대했다.


그런데 첫날부터 이게 무언가 싶다. 찔린다. 

아프다. 

생각했던 평탄한 길이 아니다. 

왜 사랑이야기가 아닌 내 얘기를 하시는 거야?

 왜 보기도, 만나기도, 얘기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지 싫다.

 하나님, 그동안 제가 잘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요?


아직은 싸늘한 새벽공기 맞으며 

곧 따뜻해질 봄날 같은 사랑을 기다리던 부푼 마음이 무거워진다.

 관계의 가시에 찔렸는데 

아프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내가 찔리기 싫은 것처럼 누구를 아프게도 또, 

내가 아프고 싶지도 않다. 

외면할 수 있다면 외면하고 싶은 말씀이다. 


가시를 숨기고 사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데 왜?

그렇지만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사랑’에 놓고 

이제부터 채워 갈 삶의 항아리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정말 중요한 것을 위해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래.. 한 번 시작해 보는 거다..   


하지만, 

매일 새벽마다 나는

 내가 기대하고 원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었다. 

거칠고 투박하고 메마른 내 마음속 길.

그곳 어딘가에 땅을 파고 

씨앗을 심을 준비는 했는데

 물을 뿌릴 수가 없다. 

가득 차 찰랑거리고 있을 줄 알았던 

내 마음의 우물이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40일 첫날 이후 매 시간마다 난 차마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마치 어제 내가 한 행동들을 다 관찰하고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내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이 낱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파른 언덕을 넘듯 점점 

숨이 가쁘고 힘들어진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괴롭기만 하다.

 이게 ‘나’라는 사람이었는지..


나는 그만 두 다리를 쭉 뻗고 

엉엉 소리 내 울고 말았다.

밤하늘에 별은 맑게 빛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새카만 걸레였다.

    

이제껏 마음과 목숨과 힘과 뜻을 다해

 ‘사랑’하기보다

 ‘미움’의 에너지로 불살라 버리는데 

온갖 힘을 쏟았던 나는 

나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남을 변화시키고 싶은 것에 

아주 익숙한 감정을 가지고 살았다. 

버리고 싶은데 버리지 못하고, 

부인하고 싶은데 부인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내 속에 도사리고 있는, 

애당초 사랑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나였다.


마치 삶의 모든 동력을 다해 사랑한 대상이 

하나님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왔지만 

오직 ‘나’라는 한 사람에게만 

쏟은 사랑이라는 것이 

새벽마다 하나씩 투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용서, 희생, 정직, 교만, 위선, 긍휼, 자비,

아..!  

점점 발가 벗겨지는 내 영혼에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더 미워해야 사랑할 수 있을까..

 40일 동안 내 영혼에 내린 만나를 먹고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지독한 

삶의 아이러니가 있을까.

스플랑크논,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40일 새벽여행길,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 자리는 

푸른 풀밭 맑은 시냇물가가 아니라 

절벽 끝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영문도 모르는 나를, 

두려워 덜덜 떨고 있는 나를,

사정없이 밀어 버리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날 수 있었다는 것을.. 

추락하는 것에 '사랑'의 날개가 있었다.


하나님은 원하는 

모든 것을 주지 않으시지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 주신다. 

사랑하기 위한 우리의 서툰 연습들, 

깨어지고 넘어지고 아파하는 모습들도 

기뻐하신다.

더 잘 사용하기 위해 

잘게 부수고 깨뜨리시는 하나님.

사랑의 도리깨질로 실컷 

방망이질을 당하고 나면 

개떡 같은 내 인생이 

찰떡같이 바뀌어 있을까? 

나만의 성을 쌓는 개미가 아니라 

이리저리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사랑의 꽃가루를 나눠 주는 

나비 같은 사람으로?

   

자세히 보고, 오래 봐야 

제대로 보이는 '사랑'

올라갈 때 보지 못한 너를 내려올 때라도 

찾고야 마는 '사랑'

하나님은 나도 사랑하시지만, 

너도 사랑하신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

그리고 

우리가 정말 서로 사랑했을까..?



제비꽃이 자신을 밟는 발 뒤꿈치에 

남기는 향기가 '용서'라고 하셨지.

날마다 거룩한 마음의 걸레질을 하며 

버리고, 비우고, 낮추고, 섬기며, 

발바닥 사랑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고

 능력이라 하셨지.  


내 속에 사랑 없음을 보고

내 밑바닥을 비추며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했던

 40일간의 '사랑'이야기들.

히포크리테스의 가면을 쓴 위선자는 

이제 무대 밖으로 내려와야 한다.


내 힘으로 되지 않아 

힘들게 몸부림치며, 

고통스럽게 깨지고, 구겨지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대도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마음으로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며 

초대받은 식탁의 

맨 아랫자리로 내려가 

부스러기 은혜라도 구하는 

가난하고 낮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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