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시
검은 눈동자에게
참 검다 너의 눈은 크지 않고 쌍꺼풀도 없다 이건 사실 중요하지 않아 너의 눈을 묘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 기억해보려고 속눈썹도 길지 않아 요즘 아이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점점 속눈썹이 길게 난다더라 이건 좀 부러운 것 같으면서도 걱정이네 오늘 마스크는 했니 물을 하루에 8잔은 마셔줘야 한대 미세먼지 속 중금속이 배출된다나 기사에서 봤어 어쨌든 너의 눈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웃을 때는 검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아 눈동자가 보이지 않음에도 그 표정이 투명한 넌, 참 맑아. 사실 처음으로 너의 눈을 길게 봤어 나와 공통점을 찾으려고 이름을 지어야 해 너와 나의 이름말이야 무엇이 좋을까 생각 했어ㅡ 찾을 게 공통점이더라 네 생각은 어때 우리는 어떤 것이 닮아 있니 너는 알고 있을 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 있구나 역시 넌 나보다 빨라 그래도 기다려주고 있는 걸보니 향해 달릴 만해 단정하게 정리된 눈썹과 딱 부드러운 너의 눈은 참 잘 어울린다 내가 한참을 쳐다보니 그제야 너의 눈도 나를 봐 검은 눈동자가 참 검다 염색한 갈색 머리카락과는 다르게 말이야.
우리 옆에 사람들은 사투리를 쓰더라 기억에 남았어 어느 지역인지는 모르겠는데 말이야 그들은 영화의 결말에 대해 논하고 있었어 어떤 구성이 좋을지, 장면들이 잘 연결되어 있는지, 고민했어 우리처럼. 아, 다시 돌아와서 너의 검은 눈동자를 보는데 난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너와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한 번도 제대로 눈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 딱 눈동자끼리 마주할 때 어색해지더라고 말해줄 수 있니 내 눈동자의 색은 어떤 것인지 언제쯤 난 검은 눈동자를 가질 수 있는지 집에 가는 길이야 미세먼지가 가득한 밤일거래 내일 아침에는 훅하고 날아간다고 하더라 그래도 눈 관리 잘해 오후엔 황사가 온다고 하더라고 목이 깔깔한 초봄이야 완벽한 봄이 오면 산뜻한 하늘을 마주할까 그때 너의 검은 눈동자에 비친 하늘색을 볼 수 있을까.
P.S 본 매거진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