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정, 그리고 새벽 2시

약속과 제약이 있다는 것.

by 분홍색가방

#2 자정, 그리고 새벽 2시


자정, 참 매력적인 시간이다. 하루의 끝이자 새로운 하루의 시작.


그리고 사생들에게는 가혹한 데드라인이다.


-


밤 11시 55분 쯤, 학교 근처 자취생들을 제외하고 모든 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방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12시, 자정이 넘고 나면 기숙사의 문이 잠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벌점을 받지 않는 이상 새벽 5시까지 꼬박 밖에 머물러야 한다. 벌점을 받고 기숙사에 들어오게 되면 벌점 상쇄 봉사를 해야 하니 12시 전에 들어가거나 외박계를 작성해야 했다. 외박계를 작성하지 않고 외박을 하는 것 역시 벌점사유였으니 말이다.


이러한 신데렐라의 모습은 시험 때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시험기간에는 12시보다 2시간 늦춘 새벽 2시에 문을 닫는다. 그 이후 더 이상 열리지 않는 문에 계속 카드키를 찍어봐야 소용이 없다.


‘띡 띡 띡’

카드키를 찍어도 열리지 않는 문에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한 사생들은 몇 번이고 카드를 들이댄다. 이제 그들은 다섯 시간의 시간을 보낼 일 또는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한다.


시간을 지키지 않은 신데렐라에게는 문은 열리지 않는다.


또 다른 신데렐라 정책이라면 인터넷 사용시간 역시 제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시간은 바로 새벽 2시. 학교에서 학생들의 충분한 수면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정책인지는 몰라도 새벽에 과제를 하다가 인터넷이 끊겨 다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지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한편, 친구는 게임을 하던 중 시간을 잊고 있다가 바로 로그아웃이 되었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좌절스러울 수가 없었다고.)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는 참 말이 많았다.


성인인 우리들에게 이렇게 많은 제한을 두냐는 민원들.


-


최근 어렸을 때, 한창 인기가 많았던 ‘미친 아케이드’ 게임을 친구들과 기숙사 방에 모여 하고 있던 찰나였다.

'로그아웃 되셨습니다. '


자정이 지나자마자 나와 친구들은 로그아웃 상태가 되어버렸다. 한창 추억에 잠겨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 황당한 표정으로 나와 친구들은 그 문구를 오랫동안 보고 있었다. 뭔가 싶은 마음에 보니 성인인증을 하지 않아 청소년 셧 다운제 대상으로 분류된 것이다. 그 새벽, 세 명의 21살들은 열정적으로 오래 전에 묵혀두었던 아이디를 찾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쓰던 닉네임인 ‘미소천사’를 발견하고 오글거리는 손을 펼 수가 없었다.)


-


자정, 새벽 2시.


이렇게 제한이 참 많은 기숙사 생활에 어느새 익숙해져 그 체계를 따라가고 있을 때, 기숙사에서 개혁을 시도했다. 문 닫는 시간을 늦추고 인터넷 사용 역시 제한을 없애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 시도가 1차로 시험 운영이 된 다음 학기부터 기숙사를 나와 살게 되었지만 말이다.


-

사실 어떠한 약속과 제약은 언제나 존재했다. 우리가 성인이어도 말이다.


성인이 되면 모든 것이 좀 더 자유로워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 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린 나의 기대에 불과하다. 점점 커갈수록 약속은 많이 생겨나고 현실적인 제약에 마주하게 된다.


-


물론 성인이 됨에 따라 자유로워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그러나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마치 자정을 넘긴 신데렐라들이 이제 어느 곳에 머물러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학이라는 큰 울타리를 넘기고 나면 붙잡아 줄 점호시간 역시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


혼자 서는 게 진짜로 어른이라면 잠시만 좀 더 있으면 안 될까
‘만쥬한봉지’의 노래 <어른이> 중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