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는 교사

그럼에도 부모는 을인 세상

by 이보연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까지만 해도 '스승'의 그림자도 밟는 게 아니라고 할 정도로 선생님은 어려운 존재였다.
그 후 오랜 시간에 걸쳐 교권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도 사실이고 그만큼 교사들의 책임감도 없어졌다고 느낀다.
이제 '교사'는 그저 직업의 하나일 뿐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교사로서의 사명감에 대한 기대 따위는 하지 않은지 오래이지만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을 거라 생각하며 학교에 보냈다.

작년... 큰 일을 치렀지만 그럼에도 둘째 아이는 나름대로 잘 적응해 나갔다.
마침 작년 담임선생님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분이시라 엄마맘으로 아이를 살뜰히 챙기셨고, 담임선생님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실 선생님, 교감선생님 또한 아이의 마음을 챙겨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정말 열심히 참여하던 교내 오케스트라 연습만 다녀오면 자주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아이는 취미로 하는 악기라고 하기에는 꽤 공을 들이고 있었고 학교 오케스트라 연습도 오빠 상치를 때를 빼고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
그럼에도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께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 모양이었다.
오빠를 떠나보낸 지 몇 달 되지 않은 어떤 날엔
"네가 오빠 떠난 이후로 실력이 늘지를 않는다."
고 했다고 해서 잠시 경악했으나 나이 드신 분 특유의 올바르지 못한 관심 표현이라 생각하고 일단은 덮기로 했다.

당시 어른인 나조차 매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에 아직 어린아이가 그 어려움을 견디며 일상생활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린 고마웠다.
오빠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바이올린을 들고 서서 소리를 내주는 딸이 그저 기특하기만 했지 실력 따위 상관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아이에게 자주 실력이 줄었다는 말을 하였고 아이는 점점 위축되고 있었다.
대단한 사립 오케스트라도 아니었고 우리 아이 정도면 학교에서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기에 항상 저평가를 받으며 좋은 자리에 앉지 못하는 것도 의아했고 전공생도 아닌데 유난히 우리 아이만 실력으로 얘기를 계속 듣는 것도 이상했다.
어쨌든 그런 아이의 기를 살려주고 싶어서 대학교 음악 영재원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이는 몇 주 꽤나 열심히 연습했고 당당히 오디션에 통과했다.
그리고 매우 기뻐했다.
아이는 오디션 통과가 스스로 이룬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디션 영상 찍기 전에 '오빠 도와줘'했었는데 오빠가 진짜 도와준것같아요."
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듣고 맘이 아렸다.

그런데...

며칠 후 오케스트라 연습시간..
아이의 영재원 합격소식을 친구가 선생님께 전하자 선생님은 수많은 친구들 앞에서
"하 거기~ 돈만 내면 아무나 다 가는데야. 비싸기만 하고 그냥 대학교 옆에 방에서 교수도 아닌 사람한테 배우는거야."
라고 했다고 했다.
합격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던 아이는 이틀 만에
"내가 열심 노력해서 간 곳이 형편없는 곳인가 봐요."
하며 서럽게 엉엉 울었다.

게다가 매년 하던 악장 오디션도 보지 않더니 이례없이 악장을 투표로 뽑으면서, 6학년을 제치고 솔로를 설 정도였고 누구나 다음 악장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는 실력이 뛰어남에도 여전히 둘째 줄 구석에 앉는 굴욕을 겪게 되었다.

이쯤 되니 내가, 우리가 뭘 잘못해서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학교에 찾아갔다.

교사는 나에게도 계속해서 아이가 오빠의 죽음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실력이 늘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아이의 마음이 가장 중요함을 계속 얘기했음에도 소용없었다.

결국 아이의 상처를 건드리지 말아 주십사, 내가 학교에 찾아온 걸로 아이가 불편할 일은 없도록 해주십사 얘기하고 돌아왔다.

아이는 오케스트라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커서 그만두고 싶다고 했고 그러기로 했다.
화난 엄마맘으론 당장이라도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이는 마지막 졸업식 공연까지는 마무리하고 그만두겠다고 해서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고 칭찬했었는데, 그때 당장 그만뒀어야 했다.....

교사는 아이에게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하며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듯 자꾸 얘기했고 마지막 공연 날은 급기야 아이를 따로 불러 또다시
"네가 쟤들보다 잘한다고 생각해? 아니야. 너 쟤들이랑 비슷해. 오빠 죽고 나서 실력이 줄어서 늘지를 않아. 네가 자꾸 이렇게 불편하게 하면 네가 그만두던, 내가 그만두던 해야돼."
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신랑까지 뒤집어졌다.

결국 며칠 후 교장실에서 삼자대면을 하기로 했다.
교장실에 들어서자마자 교사가 우리에게 한 첫마디가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교장실 찾아와서 이러면 교권침해예요 이거"
였다.세상에...
내가
"선생님. 이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 죽었습니다."
라고 말을 꺼냈다.
적어도 우리에게 조의를 먼저 표해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작정이었는데.
"아니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에요!"
라고 받아치는 교사라니!!!

여러 가지 말이 오갔지만 며칠 사이 대부분 늙은이의 말실수 혹은 예쁜 거짓말로 잘 포장해왔더라...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들을 하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우리 아이는 앞으로 오케스트라 안 할 겁니다. 스트레스받아서 못하겠대요. 계속 실수라면서 말실수를 반복하시는데 또 안 그럴 거란 보장 있습니까? 앞으로는 그냥 우리 아이에게 말도 걸지 마시고 마주치지 않는 걸로 합시다."
라고 아이 아빠가 얘기하자.
"아이가 전공을 하던 안 하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하던 앞으로 저랑 마주 칠일이 없겠습니까?"
라고 교사가 말했다. 협박인가...

교육법, 교육행정법 등등 각종 법안을 뒤져 교사의 해임건의안을 작성해 갔으나 이 음악교사는 어디에도 해당사항이 없었다.
일부 교과목 교사의 경우 교원자격이 없어도 된다는 것을 몰랐다.
아~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교사답지 않아 보였구나.. 퍼즐이 맞춰지며 소름이 돋았다.

음악교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교장의 말도 가관이었다.
자기는 음악을 잘 몰라서 아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들어도 모른다. 작년 무대에 솔로로 섰으니 잘하나 보다 하는 건데.. 그렇게 솔로를 세우면 다른 엄마들 말이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음악교사가 엄청난 배려로 우리 아이를 솔로 자리에 세운 거다.. 그러므로 교사가 말실수는 했을지언정 우리 아이를 미워하거나 악의가 있지는 않은 거다... 나이 먹다 보니 의도치 않게 말실수를 할 때가 본인도 있더라며 음악교사를 감싸는 게 아닌가...

"같은 말실수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학부모 앞에서까지 할 수 있던 가요? 실수가 그렇게 연속이 되면 과연 그게 실수인가요? 교사라는 이름으로 가만히 놔둬도 힘든 학생에게 실수를 그렇게 반복해도 되는 겁니까?"
되물었지만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학군 문제로 전학을 할 계획이 있었다.
다만 다른 아이들은 그런 교사에게 계속 배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가식, 거짓 덩어리에 싹수없고 시끄러운 것들이라고 학부모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교원이 되기 위한 교육조차 받지 않은 사람이 가르치지 않았으면 싶었는데 학교 측에서 듣지 않으면 우리도 굳이 길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 후로 전해 듣기로 그 교사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오케스트라 자리로 아이들과 트러블을 만들고, 언성을 높이며 지휘봉을 집어던지기도 한단다.
그럼에도 학부모는 섣불리 학교에 전화하지 못한다.
행여나 우리 아이가 미움받을까 봐...
우리처럼 전학할 각오가 있지 않은 한 보통은 그저 참고 보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아니 교사의 횡포는 점점 심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

전학 이후 아이는 너무나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 교사와 마주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냐며 종종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이를 볼 때면 안쓰럽다.

이 일로 배운 것은, 나쁜 일이 있기 전에 그만두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
책임감 따위 개나 줘 버려.....

나이 먹었다고 다 어른은 아니라는 것...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
뭐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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