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찬이가 병원에 입원해 킴리아를 기다리고 있던 때이니 작년 초였던 것 같다.
병동에 신입간호사가 몇 명 들어왔는데 그중 한 명이 유난히 일을 못했다.
그 간호사가 배정되는 방 엄마들은 긴장하며 스스로 약을 챙길 만큼 손이 느렸다.
그날 오전, 교대를 마친 간호사가 이런저런 처치를 하러 들어왔는데 어김없이 그 신입이었다.
엄마들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은찬이만은 달랐다.
주섬주섬 갖고 있던 간식거리를 챙기더니 간호사 선생님께 내밀며
"선생님~ 이거 드세요~ 제가 눈이 잘 안 보여서 선생님이 어떻게 생긴지는 잘 모르지만, 선생님 목소리가 밝아서 참 좋아요.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제가 꼭 기억할게요."
하는 게 아닌가~
눈도 안 보이고 발음도 어눌하고 기저귀를 차고 있던, 신약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티던 아이가...
가끔씩 그날이 생각난다.
그날, 창밖에서 불던 매서운 바람과 아들의 따뜻함...
그리고 그 선생님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