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연세대에 갔다가 의대 건물을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은찬이랑 왔으면 좋아했겠다!" 외쳤다. 은찬이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아닌데 그 순간 그렇게 느낀 나의 마음에 흠짓 놀랐다.
은찬이가 의사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재수를 하든 삼수를 하든 어떻게 해서라도 악착같이 의대에 들어갈 아이라고 항상 생각했다. 레지던트 아들 보고 싶어 병원 앞에서 짐가방 들고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상상치도 못했던 딸의 악보 더미를 들고 서울을 오가는 사람이 되었다. 역시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