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에게 잘 도착한 것 같아 다행이다.
수십 년째 원단을 이용하여 손바느질로 각종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작품들을 완성하는데 재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완성품들을 소장하거나 사용하지는 않는다. 여성들은 가방을 500개 주어도 또 가방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방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나의 가방에 대한 무관심은 재질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았다. 가죽 가방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을 뿐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어울릴만한 예쁜 나의 친구에게 줄 생각이었다.
대학을 같이 다닌 나의 20년 지기 친구는 졸업과 동시에 타지에 자리를 잡았다. 결혼도 그곳에서 하고 크나큰 애국심(?)으로 아이를 셋 낳고도 은행원인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얼굴 한번 보기도 전화 통화 한번 길게 하기도 힘들다. 적어도 아이들이 좀 더 커서 '육아'라는 말을 쓰지 않는 시기 정도는 되어야 우리가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중에도 자기 관리가 철저한 그녀는 출산을 세 번 경험하고도 대학생 때의 몸매를 유지하는 중이며 센스 있게 꾸밀 줄 아는 한마디로 '예쁜' 친구이다. 나의 정성 들여진 가방은 그녀를 위한 것이다.
모든 작업이 두 손에서 이루어지는 가족 공예는 바느질하기 전 재단, 타공 등 밑 작업이 반이상이다. 또한 도구도 많이 필요하므로 나 같은 하수는 그냥 키트 제품이 편하다. 요즘 키트 제품은 바늘, 실, 접착제 심지어 손을 다쳤을 때를 대비한 밴드도 들어 있었다. 사장님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타공이 다 된 제품이었기 때문에 구멍에 맞추어 바느질만 하면 되는데 손다 칠 일이 뭐 있겠나 싶긴 했다. 하지만 만들기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는 밴드가 절실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어찌어찌하여 가방의 형태가 되어 간다. 가방을 선물해줄 친구를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려고 했는데, 만들면 만들수록 한 땀 한 땀에 고민이 더해져 갔다. 그냥 내가 들고 다닐까. 친구에게 말은 안 했지만 이왕 주기로 한번 마음먹은 거 선물로 줄까. 가죽의 냄새가 좋았고, 적당한 크기이고 고급스러움에 가방에 대한 욕심이 점점 더해져 갔다.
가방의 밑면은 여려 겹을 바느질해야 했으므로 손목에 무리도 가기 시작했다. 작업이 힘들수록 점점 더 욕심이 강해져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가방을 선물 받고 기뻐할 친구의 모습과 가방을 들고 기쁜 마음으로 외출할 나의 모습이 수도 없이 교차되었다. 이 두 마음이 끊임없이 싸우고 있었다.
가방이 완성될 때쯤 내 머릿속에는 점점 더 가방을 받고 기뻐할 친구 모습이 크게 크게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가지고 싶은 욕심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것을 나에게서 떠나보내야 했다. 언제 또다시 그 욕심이 부풀어 질지 모를 일이었다.
가방을 받은 친구는 늘 그렇듯 예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그 '고맙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었나 보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다는 기쁨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 가방을 만들면서 바랬던 것처럼 네가 이 가방을 들고 가는 날은 늘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사랑한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