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5월은 그렇게 지나갔다
블라스트, 백혈구, 혈소판, 혈색소, 호중구, 림프구, 단구, 유전자변이등등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용어들만 해도 정신없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도 좋은 시절에 태어나
혈액 검사는 매일 아침 이루어졌고,
몇 시간 뒤면 핸드폰 어플로 확인이 가능했다.
들어본 단어도 몇 개 있었지만
모든 단어들이 그냥 모르는 단어나 마찬가지였다.
수시로 수혈을 받으며
일주일 동안 두 가지 항암약이 링거줄을 통해 들어갔다.
첫째 날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전원 오기 전 병원보다 이곳 병원밥이 맛있다며
좋아하던 아들이었다.
둘째 날부터는 전혀 먹지 못했다.
먹으면 바로 구토로 이어졌고,
그 이후로는 먹지 않아도 구토를 했다.
더이상 할 것도 없는데 그렇게 구토를 해댔다.
항구토제를 시간마다 맞아도 조금 덜할 뿐이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항암을 하면 다양한 부작용들이 온다고 했는데,
피부로 왔나 보다.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온몸이 모기에 물린 것처럼 가렵다고 했다.
피부색도 점점 붉은빛이 되더니
나중에는 검붉은 색이 되었다.
검붉은색 피부를 볼때면 이러다가 더 큰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갖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가려움증을 덜하게 해주는 주사를 계속 맞았고
그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어
약도 같이 먹었다.
가려움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들도
보고 있는 나도 힘든 시간 들이었다
학교에서 한참 친구들과 놀고 있을 나이에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구토를 하며 그 가려움을 견뎌내야 했다.
아들은 점점 예민해졌고, 나는 가슴이 아렸다.
그렇게 꼬박 8일을 아팠다.
9일째 되는 날 과자 한 봉지를 처음으로 차츰차츰 먹기 시작했고
그렇게 괴롭히던 가려움증도 사라졌다.
모든 혈액 수치들이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10일째 수치가 바닥까지 내려갔고.
14일 차 15일 차는 열이 났다.
15일이 지나면서부터 머리카락이 무섭게 빠졌다.
3일 만에 머리카락이 반이 넘게 없어졌다.
나는 아이가 겪은 일이 너무 안타까웠지만
최선을 다해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아이도 나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과 1박 2일 수련회를 가고 싶어 하던 아이는..
교복을 입고 학교 가고 싶어 하던 아이는..
학교 체육대회를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는…
1년 중 가장 푸른 5월을 그렇게 차디찬 병원 침대에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