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첫날의 단상

by 세번째 삶

스마트폰 진동에 눈을 뜬다. 메신저 알림이 울리지 않으니 아침에 울리는 진동은 브런치 알림이다. 브런치 알림은 다른 알림과 달리 중간에 잠깐 간격을 두고 두 번 울린다. 시간 확인도 하지 않고 떠지지 않는 눈으로 폰을 들여다본다. 에티켓 시간 설정을 해두었으니 7시는 넘었을 것이다. 잠이 깬 김에 한동안 브런치의 바닷속을 여기저기 떠돈다. 다른 작가의 글도 읽고 공감도 하다 문득 제자리로 돌아왔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글 속에서 헤엄치다 돌아오니 현실감이 없다. 아이들이 방학한 지 달 가까이 되어가고 아이들도 나도 시간 맞춰 나갈 일이 별로 없어 요일 감각이 사라졌다. 멍하니 앉아 삐걱삐걱 머리를 굴리니 어제가 금요일이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오늘이 토요일이구나. 토요일이라서 별 다를 것이 없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토요일 아침은 영화 소개를 지상파 두 개 채널에서 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 개봉할 때가 되면 두 개 채널을 왔다 갔다 하며 영화 소개를 챙겨 본다. 영화 소개를 미리 보면 스포 당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잘 몰랐던 영화들을 알게 되어 좋기도 하고.


오늘도 2월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소개를 보느라 두 개 채널을 방황했다. 중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특보 방송을 했다. 또 한 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으며 자세한 사항은 조사 중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몇 번째 확진 환자가 CGV 성신여대점에서 영화를 봤다고 알려져 그 지점은 일정 기간 휴업한다고 했다. 나도 개봉하는 영화가 궁금하여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마음 편하게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어제 도수치료와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느라 버스를 탔다. 버스에 앉아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하고 있어 조금 놀랐다. 나도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나왔지만 병원에 들어갈 때 쓸 참이었다. 나도 지금 쓸까 하다가 누구와 말할 일이 없고 사람도 많지 않으니 괜찮겠지 하고 말았다. 병원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세정제로 여러 번 닦았다. 어쩔 수 없어서 병원에 갔지만 그래도 병원이라는 곳은 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오늘은 마스크도 좀 사고 일주일간 아이들과 먹을 식량을 비축(?) 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갔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마스크를 하고 마트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여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내 예상은 빗나갔다. 사람은 아주 많았고 마스크는 동이 나 있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개중에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꼭 씌워서 다니는 것을 보고 나는 괜스레 안심이 되었다.


5년 전 메르스가 돌았을 때 나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아이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시마다 때마다 손을 닦게 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그때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엔 지난 일로 인한 교훈 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더 조심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손세정제는 더 많은 곳에 비치되었다.


어느 기사에선가 마스크를 안 쓰는 것이 '나는 안 걸린다'는 심리라고 했다. 나는 꼭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써야 하나? 안 써도 되려나? 망설이기도 것이다. 오늘 같은 날 마스크를 사러 마트에 가는 것이 괜찮을까, 아닐까 망설이듯이. 하지만 마스크를 쓰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좋다고 하니 꼭 외출을 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에서는 가격이 매일 오르고 있다 하고 마트에는 동이 났으니 약국에서 소량으로 사야 하나.




모든 '첫'에는 설렘이 있다고 한다. 2020년이 아직도 낯선데 벌써 2월의 '첫'날이다. 2월에는 또 어떤 일을 시작해 볼까? 2월에 예정되었던 일정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연기되었다. 사회적으로 심란하기는 하지만 '첫'날이므로 그에 맞는 설렘과 환대를 줘야지. 1월에는 매일 글쓰기를 나와 약속했고 다행히 지킬 수 있었다. 2월에도 해낼 수 있을지 매일매일 나를 시험할 것이다. 그렇게 2020년의 2월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