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고3이 먼저 일주일 전에 시작했기에 어느 정도 안정적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온라인 수업이 시작 되기 전날까지도 학생과 학부모는 우왕좌왕했다. 아마 학교 현장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온라인 수업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준비로 웹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들렸다. 한때 온라인 쇼핑몰에 컴퓨터, 노트북, 웹캠 구입 대란이 있었다는 말도 들었다.
웹캠 구입을 해야되나로 시작한 고민은 캠을 통해 지저분한 방이 다 공개 되는 것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우리집은 학생이 두 명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스마트 기기(PC, 태블릿, 휴대폰, 노트북 중 하나)와 인터넷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지만을 확인했다. 필요하다면 학교에서 미리 얘기했겠지 싶어 웹캠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아이들 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두 대의 데스크 탑이 있어 온라인 수업은 문제 없었다. 오래되어 부팅이 됐다 말았다 하긴 해도 노트북이 한 대 있고 누가 쓰다가 준 태블릿도 한 대 있다. 아니 다 필요없고 아이들이 쓰는 휴대폰으로도 온라인 수업은 충분해 보였다. 조금 불편하긴 했을 테지만.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구글클래스룸과 ebs온라인클래스에 가입하도록 공지했다. 아이들은 편리하게 휴대폰으로 가입했다. 내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나보다 더 잘 한다.
그런데 작은 아이가 폰으로 가입한 구글클래스가 승인이 안된다고 했다. 학교에서 안내한 아이디로 하기 전에 미리 다른 아이디로 승인을 해서라던가. 뭐가 충돌을 일으킨다고 했다. 담임샘과 문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뭐가 잘 안됐단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가 생기니 답답했지만 컴퓨터로 하면 가능하니 휴대폰으로 안되는 것이 큰 일은 아니다.
당장 내일 온라인 수업이 시작인데 아이들이 들어야 할 온라인 클래스에는 승인되지 않은 과목이 있었다. 부모들이 단톡에 문의했지만 시원스런 답을 듣지 못했다. 기다려 보라는 말뿐. 혹은 묵묵부답. 그렇게 막무가내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처음 며칠은 접속이 안되거나 보다가 끊어지거나 하는 현상이 잦았다. 큰 아이의 학교에서 올린 입학식을 대신하는 영상은 폭주하여 1분 보고 멈추고를 반복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한숨과 짜증 섞인 푸념이 며칠동안 계속 되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아니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나이이므로 나는 그냥 달래며 기다려주면 되었다.
일주일쯤 지나자 온라인은 안정이 되었다. 나는 내용이 슬슬 궁금해져서 슬쩍 뒤에서 보기도 했는데 대부분은 ebs 교육 영상을 선생님들이 링크 걸어주면 그걸로 수업을 대신하고 있었다. 의외로 작은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 선생님 중에는 수업 영상을 직접 만들어 올리는 분도 계셨다. 선생님의 얼굴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아도 그런 노력과 열정을 담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놀랍고 감사하다.
하지만 ebs나 유튜브의 짧은 영상만으로 이루어진 수업이 많다보니 7교시까지의 수업이 오전에 다 끝나버리는 날도 있었다. 매스컴에서 보여주었던 화상 수업은 일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모양이었다. 수업은 대부분 영상보고 과제 제출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큰 아이의 고등학교는 출석을 오전 11시까지만 하면 인정한다니 아침에 늦잠을 더 자기도 한다.
작은 아이의 중학교는 오전 8시 반까지 출석을 해야 한다는데 대신 구글 클래스로 하거나 단톡으로 하면 되니 학교에 가는 것보단 훨씬 늦은 아침이다.
물론 나도 아침을 늦게 차리고 밥 먹는 시간이 자유로우니 편한 점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틈틈이 밥 먹고 치우고 하다보면 금방 해가 지고 일주일이 간다.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나는 일과가 계속되니 하루가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시간만 흘러 벌써 5월이다.
어느 정도 안정되어가고 있다는 판단 하에 5월 13일에 고3부터 등교하기로 했던 개학은 코로나19 재확산 양상으로 다시 일주일씩 늦춰졌다. 우리 아이들은 6월 3일부터 등교하게 된다. 5월 말이면 아이들이 등교를 하고 이제 다시 생활이 자리잡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 시간은 다시 유보되었다. (2020.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