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경기도의 고등학교 2, 3학년은 무상교육이 실시 되었다. 작년 2학기에 고등학교 3학년의 무상교육을 시작으로 올해는 2학년까지, 내년에는 1학년까지 무상교육이 된다. 그러니까 올해 고등학교 1학년만 교육비를 내면 내년부터는 고등학생 전체가 무상교육이 되는 셈이다.
중학교까지는 무상 교육에 무상 급식이라서 아이들 학교에 내는 돈이라고는 체험학습 참여비가 다였을 것이다. 올해 고등학생의 학부모가 되니 교육비가 만만치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더구나 아이는 아직 학교에 가보지도 못했다! 그 말은 급식비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 2월에 1분기 수업료로 교과서비 포함 50여만원을 냈다. 2분기 수업료는 학교 운영지원비를 포함하여 40만원이 조금 넘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십년 동안 정기적으로 학교에 돈을 내는 것이 처음이라, 분기별로 내야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몰랐다고 해야 될까.
아이가 학교에 가질 않으니 가정통신문을 가져올 수도 없고, 온라인으로 공지가 올라왔지만 따로 알림이 없으니 내가 알아서 찾아보지 않는 한 모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중학교 가정통신문 앱은 알림을 너무 성실히 해줘서 귀찮을 정도인데 고등학교 가정통신문 앱은 알림이 없다. 너무 오랫동안 가정통신문 알림앱에 안 들어간 생각이 나서 들어가 보니 2분기 수업료 납부 안내가 올라와 있다.
얼마전 남편이 CMS 신청한 통장에서 잔액을 다른 통장으로 옮겼다고, 등록금 나갈 때 알려달라고 했는데.
날짜를 보니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납부 기간은 일주일 간이었는데 아직 며칠 남긴 했지만 통장이 텅장인 생각이 나서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났다.
이제는 그런 시절이 아니란 건 알지만 혹시나 내 아이가 등록금을 못내서 담임샘의 부름을 받는 건 아닐까하는 스토리가 순식간에 뇌리를 스친 것이다.
부랴부랴 남편에게 톡을 보냈다. 등록금 납부일이라고. 남편은 바로 통장으로 돈을 이체했다. 퇴근하고 해도 되는데, 당장 해야되는 줄 알았나 보다.
혹시 몰라서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납부 날짜가 카드 결제일처럼 정해져 있느냐고. CMS 신청할 때 날짜를 적은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행정실에서 전화를 받은 분은 담당자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납부기간이 지나도 인출이 안되면 며칠에 한 번씩 인출을 시도한다고 했다. 마음을 놓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 오후 수업료는 무사히 인출되었다.
입학하고 아이들이 학교를 못가는 통에 새로운 학교에 대한 사정에 어둡다. 아이도 지금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 붕 떠있는 것 같겠지만 나도 그렇다. 학교에 한번이라도 가 봐야 학교의 분위기, 학부모의 지원 활동 등에 대해 알텐데. 며칠 뒤 학부모 단톡에 등록금 납부를 묻는 분이 있었다. 나보다 더 모르는 사람도 있어 괜시리 안심되는 기분.
학교는 안가도 수업료는 꼬박꼬박 내는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동시에 유치원 학부모들이 수업료 환불을 요구했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2020.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