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와 중학교는 각각 등교 일주일 전부터 학생이 아침마다 자가진단 후 등교할 것을 공지했고 각 학년의 등교 방식에 대한 설문도 조사했다.
고등학교는 격주로 1, 3학년과 2, 3학년으로 나누어 전체 학생의 3분의 2만 등교하도록 정했다.
중학교는 각 학년별로 일주일씩 등교하기로, 즉 한 주에는 한 학년만 등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고등학교는 학생 식당이 있고 3분의 2만 등교하니 좀 낫겠지만 중학생은 빽빽한 교실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중학교에서는 하루에 한 학년만 등교하므로 한 반의 아이들을 3분의 1씩 나누어 교실에 앉도록 정했다.
그렇게 늦은 등교 개학을 준비하고 있던 등교 일주일 전, 다시 등교가 미뤄졌다. 부천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옴으로써 부천시의 학교는 고등학교 3학년을 제외하고 모두 연기되었다. 등교 일주일 전부터 하려던 아침 자가진단도 잠시 미뤄졌다.
며칠 뒤 발표한 등교 일정은 고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이주일씩 미뤄졌지만 방식은 조금 달라졌다.
고등학생은 한주씩 격차를 두고 1, 2학년을 등교시킬 방침이었는데 그렇게 등교하면 시험 일정이 빠듯했는지 등교일을 앞당겼다. 6월 3일에 등교하면 등교 한 후 바로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를 칠 예정이었는데 그조차 번복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고등학교 1학년은 17일로 두 주간 연기되었다고 공지했지만 며칠 뒤 중간고사 일정으로 금요일 등교로 당겨졌다. 월요일부터 중간 고사를 보기 위해 금요일은 시험 준비 등교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등교하자마자 다음 날부터 시험이라니. 그동안 온라인 수업으로 설렁설렁 시간을 보냈는데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학교 때와는 전혀 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험을 아무 준비도 없이 봐야 한다니 결과에 충격 받을 것을 예상하고 있으면 그게 거꾸로 완충 작용이 되려나 뭐 이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의 심정과는 별개로 엄마의 마음일 뿐이지만.
중학생은 학년별로 일주일씩 교차 등교를 하는데 1학년을 2학년보다 먼저 배치하는 바람에 2학년은 22일부터 등교하게 되었다. 중학교도 2학년부터는 시험을 봐야 할텐데 기말 고사나 빠듯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아이는 작년에 자유 학년제로 시험을 보지 않아서 초등학교에 이어 시험이란 걸 한번도 보지 않았다. 수행평가는 간간이 했겠지만 정식으로 OMR카드를 쓰는 지필평가는 처음이라 조금 걱정스럽긴 하다. 그렇다 해도 고등학생의 시험만큼이랴. 올해 고3 학생들의 불안이 이해될 것 같다.
큰 아이의 학교에서는 등교 준비 사항을 공지했다. 교복은 하복으로, 염색, 펌, 장신구 금지, 실내화 준비 등등. 고등학생도 실내화를 신는구나, 여기는 아직 두발 자유가 아닌가 보네, 이런 얘기들을 아이와 했다. 대체로 두발을 자유화한 학교가 많다는데 여기는 아닌가 보다.
받아만 놓고 장롱에 그대로 넣어두었던 여름 교복을 꺼냈다. 아직 바짓단을 줄이지 않았다. 내가 새로 산 재봉틀로 줄여줄 수도 있었지만
"할머니에게 줄여달라고 할까?"
물었더니 아이는 그러라고 한다. 내 솜씨가 꼭 못미더워서라기보단 내가 묻는 말에 거의
"네, 그래요."
라고 답하는 아이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이제껏 할머니가 교복의 바짓단을 줄여주셨기에 할머니의 손길을 받은 교복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테고.
처음부터 '엄마가 줄여줄게'했어도 그러라고 했겠지만 나는 그런 아이의 넉넉한 마음씀이 좋다.
등교할 때 가져가야 한다는 '온라인 출결 확인서'. 온라인 수업 들은 날짜를 쓰고 학부모의 확인을 받아가야 한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동안 집에서 공부를 했으니 선생님의 확인 대신 부모의 확인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리라. 그동안 마뤄두었던 출결 확인서를 쓰고 학습 시간표도 작성을 해야 했다. 매일 미리 해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한번에 쓰느라 애를 쓴다. 시간표에 변화가 없었느냐고 했더니 지금 쓰는 것은 변화가 없고 바뀌었던 것은 그 때 써 놓았단다. 아이가 덧붙였다.
"한꺼번에 쓰는 것도 다 계획이 있다구요."
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이제 곧 고등학교 첫 등교를 한다. 아이도 설레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 설렘이 시험에 대한 부담보다 더 크기를, 앞으로의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로 변화되기를 바라본다. (2020.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