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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Jul 01. 2020

첫 등교와 첫 시험, 무상급식

학부모 일지_2020년 6월

첫 등교

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수업을 들을 수 있지 않느냐고. 코로나로 아직 위험한 상황에서 굳이 학교를 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한 나는 그저 잘 다녀오라는 말 밖에.


깨끗이 다려 놓은 고등학교의 여름 교복을 입고 등교한 첫날. 아이에게 고등학교 첫 등교의 소감을 물었다. 아이는 고등학교 생활의 본판이 아니라 체험판인 것 같았다고 답한다. 하루 동안 휘몰아쳤을 시간들이 짐작된다. 단 하루 만에 학교와 교실을 익히고 자리를 익히고 선생님들을 익히고. 선생님들은 바로 이어질 시험을 위해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주려고 했으리라.

아이는 다른 것 보다도 위생에 대한 걱정을 맨 처음, 그리고 많이 내놓았다. 손은 물티슈를 쓰지 않고 화장실에서 물로 자주 닦았다고 했다. 같은 반 아이들인 고등학생도 자기 책상을 한 번도 닦지 않았다며 초등학생들은 어떻겠느냐고 걱정스러워했다.   (2020. 6. 12)



첫 시험

하루 수업 체험을 한 뒤 시험이 시작되었다. 하루 두 과목, 삼 일간 여섯 과목의 시험을 봤다. 코로나 때문에 급식은 없었다. 시험은 그럭저럭, 오전 동안 끝나는 일이니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중학교 때와 시간 상으론 별 차이 없는 시험이라서 크게 적응할 것은 없었으리라. 다만 시험의 수준에 있어서는 중학교 때에  비하면 꽤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것을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이번 시험의 경험이 부디 다음 시험을 위한 좋은 비료가 되길 빈다.



고등학교 무상급식

첫 급식 안내에는 무상급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1학년은 6월에 총 3일 등교이고 1식당 단가는 오천 원정도.

등교를 하지 않아서 급식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급식비는 작년 2학기부터 무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점심은 무상이고 저녁은 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저녁 급식은 없다.


급식은 식당에서 하고 식당에는 칸막이를 쳤다. 한 자리씩 건너뛰고 대각선으로 마주 앉는다고 했다. 게다가 식단은 주로 간편식이다. 국물 음식 없이 빵과 음료나 볶음밥 등으로 식단이 짜여 있다. 물은 각자 집에서 가져가야 했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니 식당에서도 친한 아이들이 가까이 앉아 먹으며 얘기를 한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는 복도에 모여 떠들고 노는 아이들, 식당에서 밥 먹으며 얘기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스스로 조심하라고 한대도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조심, 조심, 위생에 안전까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얼음판을 걷듯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이어질는지.   (2020. 6. 23)





등교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집에서 온라인 원격수업과 함께 진행된다. 고등학생은 3학년은 매일 등교하고 1학년과 2학년이 격주로 등교한다. 중학생은 세 개 학년이 한 주씩 돌아가면서 등교한다. 우리 집도 어느 날은 고등학생만 등교하고 어느 날은 중학생만 등교한다. 등교하지 않는 날은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일주일씩이라고는 하지만 들쑥날쑥한 등교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들쑥날쑥. 아이들의 생활이 규칙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어렵다. 학교 가지 않는 날도 일찍 일어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나부터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늦게 일어나게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 내 생활도 아이들의 학사 일정에 맞춰지곤 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도 등교를 하지 않는 일이 생기자 내 생활은 혼란 그 자체다. 그나마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이들의 등교 시간에 맞춰 아침을 할 때뿐이니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등교하게 될 날이 와야 내 생활도 안정을 찾고 정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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