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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Oct 22. 2020

온라인 조회 지각 풍경

매일 전화로 깨우는 것도 일

꿈 속에서 샤덴프로이데를 외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잠결에 누구 담임선생님이라고 이름이 뜨는 폰화면을 보고는 곧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통화표시를 누르며 남자 목소리를 예상했는데 여자 목소리.

"여보세요, ○○어머님이시죠? 담임입니다."

작은 아이의 담임선생님이었다. 곧 1교시 줌수업이 시작되는데 둘째 녀석이 온라인 아침 조회에도 빠졌다는 것이다. 줌 수업에 들어오지 않으면 수업 미인정 된다고. 나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죄송하다는 말도 못하고 알겠다고 하며 일어나 거실로 뛰어 나갔다. 이미 녀석은 거실에 앉아 수업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기도 방금 일어나 나왔다고. 나는 그제야 엄마와 아들이 나란히 늦잠을 자다가 들킨 것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근데 이 상황 언젠가 있었던 것 같다. 통화 목록을 뒤져보니 딱 2주 전 큰 아이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그때도 나는 잠결에 전화를 받았고 큰 아이가 조회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다급한 선생님의 목소리에 달려가서 아이를 깨워 온라인 조회에 들어가라고 했다. 큰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남자다. 그래서 오늘도 잠결에 남자 선생님일거라 예상했던가 보다. 워낙 작은 아이는 혼자서 잘 일어나고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매일 온라인 조회에 참석했더랬다. 딱 한 번, 몇 주쯤 전에 담임선생님이 작은 아이에게 온라인 조회에 늦었다고 전화를 걸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말했다 한다. 그만큼 작은 아이는 선생님의 신뢰를 얻고 있었고 나는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오늘은 내게 먼저 전화를 한 것이다.


출근 시간이 오후라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아이들을 깨워 놓고 다시 잠들곤 한다. 지난 주에는 큰 아이가 등교를 해서 아침 밥을 차려주고 등교한 뒤에 다시 잠을 자기도 했다. 이렇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 습관을 바꿔보려고 이번 주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했는데. 어젯밤 2시가 넘어 자는 바람에 늦잠 자다가 딱 걸렸다. 그것도 아이들 선생님에게.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하니 이런 일도 있구나. 조회나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을 아침마다 전화해서 깨우는 것도 일이라더니, 나도 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늦잠꾸러기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도 잠시,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한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괜히 엄한데 핑계를 대본다.




사족) 그건 그렇고 꿈에 자꾸만 보이고 말하던 '샤덴 프로이데'가 뭐였더라. 꿈 속에선 어떤 간단한 단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꿈에 학교 교실 같은 곳에 있는 칠판 위에 붙은 액자 같았는데. 교훈이었나? 찾아보니 '남의 불행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같은 것이란다. 응? 꿈 속 상황과는 전혀 다른데? 교훈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단어인데? 하지만 이미 전화 받고 당황하는 사이에 꿈 내용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 단어만 기억에 남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 단어를 꿈꾸고 눈 뜨자마자 기억이 다는게 더 신기. 한참 일본어 공부할 때 일본어 꿈을 꾼 적은 있지만 독일어 근처에도 안  내가 독일어 꿈을 꿀 리는 없고. 아무튼 오늘은 샤덴프로이데를 느끼지 않도록 자중해야지. 누군가 아침 잠결에 허둥대던 내 모습을 봤다면 샤덴프로이데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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