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어둠이 내린 창 밖에는 검은 강물 위로 노랗고 초록의 불빛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흔들리고 있다. 눈을 떼지 않고 불빛들을 노려보는 동안 강을 건너고 점점이 자동차 불빛은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철지난 캐럴이 나오고 있다. 길어야 일 분 남짓.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손에 들었던 책을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꺼내 브런치앱을 연다.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것은, 나는 왜 쓰는가와 같이 심오하게 묻지 않아도 그냥 이 순간을 기록해야겠다는 본능 같은 것이라고. 아니면 귀신 같은 것에 홀렸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