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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Jan 22. 2020

상큼 발랄한 재미만 좋아하나요?

영상 모니터링 앞에서

짧은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얼마 전 그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받았다. 처음 해보는 흥미로운 작업이었고 열정적인 시간을 밀어 넣었다. 결과물에 대해서도 나름 뿌듯함을 느꼈다. 나에게 주는 관대한 잣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처음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어 내부적으로도 칭찬을 받을만하다고 생각했다.


보고서 내용은 시민 모니터링 결과였고 참고만 하라며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말과 함께였다. 읽는 사람의 마음이 상하리란 것을 짐작한다는 뜻 같았다.


열 장이나 되는 모니터링 보고서는 우리가 만든 영상 세 편에 대해 골고루 평하고 있었다. 제작한 모임 내부에서 이미 나왔던 이야기들도 있었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우리는 당연히 받아들였던 이름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는 것이다. 반면 영상을 제대로 보고 쓴 건가 싶은 내용도 있었다. 구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지만 우리 영상의 구성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관한 기록인데 내용이 너무나 아쉽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 것도 있었다. 원래 제작자의 기획 의도는 자신이 살던 추억의 장소를 기록하고자 했던 것인데 보고서에는 자기 생각에는 이런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실망을 말하고 있었다.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가 하는데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그저 제 생각에 안 맞는다고 아쉽다고 하는 것이 모니터링의 기능에 맞는 건가? 그렇게 아쉽거든 직접 자신의 추억을 기록하면 되지 왜 여기서 이러나 날 선 마음도 들었다.


언짢은 기분으로 다른 글을 뒤적거리는데 '세상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글은 없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모든 사람이 나의 생각과 같을 수는 없고 내 글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없듯이 우리가 만든 영상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이유도 없다. 보고서 처음에 읽었던 '모두 받아들일 필요 없다'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뾰족해졌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돌아가 본다. 우리가 영상 제작을 하면서 고민했던 것은 기술적인 미숙함도 있었지만 '재미'라는 측면도 강했다. 모니터링 내용 중에는 '재미가 없다'는 평도 여럿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재미'는 어떤 걸까? '재미있다'는 느낌은 사람들이 많이 봐주길 원하는 방송 만드는 사람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상큼 발랄한 재미'만 재미있을까?


캐스트 방송을 하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재미가 없는 사람일까' 혹은 '나는 왜 평생 재미란 게 없을까' 생각을 한 적이 많다. 그때 내가 생각하는 재미란 폭소가 터져 나오거나 신나고 흥미로운 기분이 되는 그런 재미일 것이다. 예능 방송 프로그램이나 개그 프로그램에서처럼. 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지 못한 내가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을 리 만무하잖은가.


그렇다면 영상만이라도 재미있게 만들어보자,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소위 '상큼 발랄'과 거리가 먼 나는 어떤 재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꼭 그런 것만이 재미일까?


세상은 온통 짧고 웃기고 강렬하고 사랑스럽고 통쾌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그 외의 것은 '재미'일 수 없는 걸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통통 튀는 재미 말고 '신선한' 재미 어디 없을까? 아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미' 말고 다른 건 없을까? 아니 아니, 꼭 재미가 있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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