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야 사랑해. 일상을 글쓰기로 승화시켰더니, 오늘의 일상이 책이 된다
어떤 느낌일까?
늘 궁금했던 기분이다.
가수들이 길 가다, 우연히 자신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때의 기분, 혹은 배우들이 차를 타고 길 가다, 차창 밖으로 우연히 자신의 모습이 크게 걸린 광고를 보는 기분. 어떤 느낌일까?
그 황홀한 기분의 0.0001퍼센트에도 못 미칠 미약함이겠지만, 브런치의 메인에서 우연히- 나의 글을 메인에서 마주했을 때의 기분-은 솔직히 짜릿하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쭉~ 미끄러지는 그래프의 바닥.. 을 보는 기분은 더 찌릿-하다.)
식구들 먹일 육수를 팔팔 끓이며, 한 편으로는 부엌데기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주방에서의 시간을, 글 쓰기로 승화시켰더니, 세상에나 이런 출세가 있나. 얼마 전 쫀드기를 구워 식구들을 먹인 후 쓴 글이 브런치 메인에 등장했을 때에도 '우리 집 프라이팬 출세했네.'라고 웃으며 지나갔었다.
그런데 주말 오후. 브런치 메인에서, 핸드폰 어플 어딘가에서 우리 집의 육수 전사들-장렬하게 육수로 온 몸을 다 내어준 멸치들-의 사진을 자주 마주치니 '허허, 이거 참- 오래 살고 볼 일이구먼. 육수 뽑으며, 글도 뽑을 수 있었구나.' 싶었다.
부엌데기
[명사] 부엌일을 맡아서 하는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얼마 전, 군포시에서 열린 책 공작소 교사 연구회 모임에서, '다빈치 코딩'을 집필하신 최찬경 선생님을 모시고 집필자 강연을 듣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강연 말미에, 한 선생님께서 '선생님은 왜 책을 쓰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대한 강사님의 첫마디 대답,
예??? 그.. 그러게.. 요??? 왜 쓸까요??
예상 못한 강사님의 답변에 순간, 모든 청중이 웃었다. 이어서 매우 공감이 되는 말씀으로 책 쓰기의 이유를 말씀해주셨다. 아마도 나와, 그리고 글을 열망하는 그 자리에 있던 우리네- 모두와 비슷하신 생각을 가지고 계셨으리라. 그래서 '같은 꿈을 꾼다는 무언의 동지애?'를 서로 느낀 자리였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왜 사냐건 웃지요(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구절처럼, 누군가 나에게
'왜 글을 쓰냐'라고 묻거든. 그저 웃음이 나올 것 같다.
10여 년 전 내 글쓰기의 목적이 '독자를 위한~~ 블라블라, 책을 써서 세상에~ 블라블라, 책을 통해 학생들과~ 블라블라'였다면, 이제는 모든 수식어들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
왜 쓰냐건 웃지요
글을 쓴다는 것에는 '이유가 없는 것'이 이유다. 우리의 일상이 글이 된다. 별 것 아닌 일상을 반짝이게 만들어주는 힘. 그것이 바로 글이 가진 힘이다. 책을 열망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오늘도 쓴다.
https://brunch.co.kr/@pinkkongju/110
어젯밤, 브런치에서 쓰고 있는 매거진의 제목을 바꾸었다.
[슬기로운 글쓰기 생활-1일 1 글 성장 루틴]->[오늘의 일상이 책이 된다-1일 1 글 루틴]으로.
다른 이들에게는 크게 다를 것 없는, '나 앞머리 있는 것이 나아? 없는 것이 나아?' 류의, 별 차이도 없고, 부질없는 변화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글쓰기를 다짐하는 셀프 다짐이자, 목표를 담은 제목이다.
글쓰기는 '별거'라고 생각해왔다. 각을 잡고, 큰맘 먹고 앉아서, '언젠가, 적당한 때가 왔을 때', '내가 어마 무시한 어느 시점에 도달했을 그 시기에' 나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글쓰기를 열망만 하고 살아온 지, 10여 년. 국문과를 거쳐, 지리 교육을 전공하며, 결국 돌고 돌아- 책 쓰기에 기웃거리기 시작한 해가 2009년이었으니. 글쓰기를 열망해온지, 약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다. 1인 출판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것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출판 자체의 진입 장벽은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다. 10여 년 전만 해도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는 대형 거물급 거장들의 자리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젊은 작가들의 책이 더 날개 단 듯 자리 잡고 있는 시점들을 쭉 봐왔기에 이 모든 변화들이 고맙고 반갑다. 그 역할의 중심에는 브런치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브런치- 너를 사랑할 수밖에.
오늘의 일상을 글로 옮겨낼 생각의 회로를 돌리고, 기록으로 변환하며, 그 가운데 일상에서의 소소한 의미를 뽑아내어 진한- 육수 같은 삶의 의미를 발견해내는 일. 그 과정 자체가 오늘의 나를 1cm 더 성장시킨다. 물론 글을 쓸 수 조차 없을, 힘든 시기가 인생에서는 간혹 찾아오겠지만은. 퍽퍽하고 때로 지치는 일상 속에서도 작게라도 빼꼼- 고개를 드미는 삶의 의미들, 우리 삶을 위한 작지만 강렬한 메시지들을 글로 옮겨내는 일. 그 차제가 삶이고, 오늘을 지탱할 힘이 된다. 그래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