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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Aug 28. 2022

덜 자란 어른이라도 좋은 어른이로.

더 이상 숨지 말자. 나를 지켜주자.

나 조금 아까 또 공황이 오려고 했어. 근데 유치원 상담 약속이 있어서
지금 바로 출발해야 해. 아 맞다, 차에 도넛 둔 거 잘 챙겨서 집으로 가지고 와.
나말야, 한참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게 오긴 또 오네.
나 괜찮은 줄 알았는데 숨도 가쁘고 숨구멍이 조이는 거 있지. 지금도 뒷목이.. 하.
내 얘기 들으면 뭘 그런 걸 신경 쓰냐고 얘기할 거라는 거 아는데도
몸이 반응하더라고. 근데 또 중간중간 웃으면서
땡땡이랑 대화도 했고 할 건 다 했어. 적당히 잘 넘겼어. 근데 밥 뭐 먹을래?



여전히 일상을 살고, 여전히 흔들린다. 좋은 책을 읽고, 바람을 맞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사람들과 글을 나누고, 좋은 생각으로 나를 가득 채워도 때로 흔들린다. 흔들리면서도 밥도 잘 먹고, 웃기도하고, 할 일도 다 하고 일상을 산다. 흔들려가며 일상을 잘도 산다.


앞으로도 넘어질 일이 있을 거라는 것을 잘 안다.

어른이니까.


넘어질 일이 없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 다만 많이 다치지 않게 잘 넘어지는 법을 터득해야 함을 아는 나이. 여전히 덜 자란 어른이지만 나만큼은 좋은 어른이로 나이 들어야겠다는 생각 명확해다. 몇 번의 공황과 일어남을 반복하는 어른이로 살아보니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이 또렷하게 남았다.


넘어질 때마다, 좋은 어른이가 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 인생의 상처로부터 덜 파이려면 좋은 어른이로 내면을 채워야 함을 피부로 느낀다.


거친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려면 더 독해져야 할 것이 아니라 더 선한 마음으로, 좋은 생각만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나를 채워야 내면의 근육들이 단단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커진다. 




그동안 공황 증세와 관련한 모든 의료적인 도움을 거부해왔다. 그런데 마음을 잘 추스르고 바로 일어난 그날,

난 괜찮아-를 되뇌이며,  써 내린 후 그동안 버티면서 1년 간 그토록 거부해왔던 병원 초진을 예약했다. 


나: 예약하려고요.

병원: 초진은 2달 후부터나 가능해요.

나: 네. 괜찮아요. 예약해주세요

병원: 한참 후인데도 괜찮다고요? 무슨 증상이시죠?

나: 네. 예약 잡아주세요. 공황이요.


2달 후-

우리는 어디쯤에 서 있게 될까?



<반창고 문장> 여러분의 마음에 문장으로 반창고를 붙여드립니다.


더 이상 숨지 말자.

나를 지켜주자.

를 위해. 세상으로부터, 공황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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