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자 Nov 14. 2022

여러분의 책장-버릴 수 없는 책이 있나요?

나의 책장 1(feat. 90년생이 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책장을 정리한다는 건 꽤 의미 있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책을 정한다는 것, 즉 나의 소중한 책들을 책꽂이에서 빼내어 아예 버리는 유사 행위들은 큰 추억을 떠나보내야 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의 일이죠.

그러니 저에게 책장 정리란 아주 큰 마음먹고 시도하는 일입니다.  


여타까지 큰 이사를 앞두고 대대적 책장 정리를 몇 번 해왔습니다. 퇴출 1순위인 책은 아무래도 오래되어 잘 보지 않는 책으로 결정됩니다.


그렇게 떠나보낸 책들 틈에서 차마 버리지 못한, 용케도 살아남은 책들이 있습니다.


일명, '완소 책'이라고 이름 붙여준 이 책들은 책꽂이 퇴출 1순위 조건인 '오래된 책'임에도 퇴출은커녕, 제 책장의 가장 윗 칸, 제일 몫 좋은 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버릴 수 없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같은 책들

조금은 빛바랬지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처럼 오랜 추억과 내 영혼의 방향을 함께 나눠준 책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책 하나하나마다 그 시절의 추억들이 몽글몽글 묻어있는 듯하여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내가 어떻게 널 보내


#문학소녀를 꿈꾸던 시절의

1. 한국의 언어

2. 국어 문법론 강의

-학창 시절부터 글자를 좋아했습니다. 동시를 외웠고, 글을 썼고, 국문과 전공을 선택하며, 마냥 쓰는 일을 동경해왔습니다. 막상 고등학생 때의 수업 깊이와 확 달라진 전공 책의 위압감에 놀라기도 했지만 어려워도 좋아했고, 잘해보고 싶었던 전공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교사를 꿈꾸던

1. 지형학

2. 지리교육의 이해

3. 지표 기복

-대학교 캠퍼스와 교보문고를 자주 오가던 어느 날, 글 쓰는 선생님, 사회 모습을 글로 전해주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지리교육을 전공하며 참 재미있게 수업을 들었습니다. 전공 수업이 어렵지만 좋았고, 잘 못해도 좋았습니다.


전공책 중 일부만 남긴 걸 보면 어쩌면 이 책들은

나의 힘든 시기를 함께한 애증 덩어리일 수도 있겠네요.



#작가를 꿈꾸던

1. 마흔, 당신의 책을 써라

2. 책 쓰기의 모든 것

-10년 전, 교보문고에서 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책입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책 쓰기와 관련한 책이 홍수처럼 쏟아지진 않았을 때라 참 신선한 자극을 준 책이지요. 책의 제목처럼, 언젠간-이 아니라 마흔 전, 나의 책을 쓰겠노라, 같은 분야의 일을 10년을 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거라던데 나 역시 10년쯤 한우물을 파면 뭐라도 쓰겠지.라는 생각을 잃지 않게 해 준 책입니다.


3.90년생이 온다.

-이 책은 말해 뭐해. 브런치 5회 은상 수상작, 명불허전, 유명 of 유명한 책이지요. 제 사진첩에 90년생을 검색해보니 2020년에는 이 책과 세트로 판매되던 인터넷 서점의 한 페이지가 캡쳐되어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 그 캡쳐파일을 지인에게 공유하며 '이것보세요. 90년생과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책을 함께 팔아요. 우리, 이런 걸 읽어야 중간에 낀 세대로서 그나마 버틸 수 있어요.'라고, 엄청 홍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90년생이라는 하나의 신조어, 사회적 변화를 읽어내 준 이 책이 여전히 제 책장에 있는 이유는 임홍택 작가님께 '글쓰기를 지속해도 된다.'라는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때로 숨어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직장인으로 살며 글을 쓴다는 건 약간의 아웃사이더스러운 느낌적 느낌과, 본업은?이라는 약간의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눈총 등이 결합되어 소리 소문 없이 써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작가님의 삶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한 이후,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떳떳하게 쓰자, 글로 세상을 읽어내고, 당당하게 표현하자. 이 책을 봐라. 책 한 권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우리도 쓰자, 잘 쓰고 있는 것 맞다!


우선 저에게 이 메시지를 각인시켰고, 그리고 학생들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당시 학교에도 분명, 쓰는 일, 책 쓰기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저와 같은 이유로 아웃사이더로 여겨지거나, 입시에 치여 시도를 못했을 뿐.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함께 용기를 내보자, 같이 가자고 손을 건넸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쓴 책, 작은 출판 전시회,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작가님이 쏘아 올린 책은 저 멀리 떨어진 저에게 닿아, 오늘도 글을 쓰게 하는 힘과 용기로 영향력을 주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쓴 이 책들이 누군가에게는 훗날 또 다른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보며. 저는 쓰는 일을 지속해보려 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쓰는 일을 포기하려, 외면하려던 순간도 있지만 퇴근 후의 시간, 주말의 시간의 어마어마한 시간을 본업과 잘 버무려볼까 합니다.


제게 글쓰기에 대한 용기를 준 책, 그래서 이 책도 제 책장 제일 잘 보이는 곳에 킵! 해둡니다.


여러분의 책장에도 버릴 수 없는 책이 있나요?






임홍택 작가님 인터뷰 내용 중, 띵언 부분.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에


https://naver.me/5eONHm4l



매거진의 이전글 써야 읽어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