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자 Dec 19. 2022

오늘도 적당히 살았다.

적당하다는 것

선생님: 어제 샘이 숙제로 준 공부 양이 적당했어요?

아이:...... 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아, 양이 너무 많거나 적지는 않았어요?

아이: 딱 괜찮았어요.


유치원생 아이가 저녁 시간에 학습기 선생님과 학습 상황에 대한 대화를 스피커폰을 켜 두고 나눈 대화다.


적당하다는 것.

적당하다는 것의 정의를 적당히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사전적 정의에 풀어진 뜻 속의 '정도'의 한계 범위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이 단어의 풀이는 꽤나 먼 길을 돌고 돌아야 정의가 내려질 것만 같다.



백설기를 한 입 베어 무니 조금 싱거운듯했다. 하지만 살짝 달짝지근하기도 해서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달았다면, 혹은 더 싱거웠다면 에퉤퉤 했을지도 모르겠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정도에 꼭 맞다.= 적당하다.'


백설기 사이에 낀 꿀처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색으로 중간에 떡하니 들어앉아 적당한 존재감을 슬쩍 드러내며, 있는 듯 없는듯한 하루를 보냈다.




나이가 들수록 적당함을 동경하며 살게 된다. 과하지 않게, 그러나 덜하지도 않게.  내 삶의 주체인 듯, 혹은 세상의 주변인인 듯. 그렇게 오늘도 적당히 잘 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