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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Jan 27. 2023

더 글로리-글쓰기의 허무함을 이겨낸 영광

**이 글은 [더 글로리] 드라마 대사 일부를 인용하였습니다. 제가 이전에 발행했던 글을 각색한 글입니다.**


연진에게.     


나에게 그 녀석이 찾아왔어.

이번이 몇 번 째인지 이제는 세지도 않아.     

잘 떠났다가도 불쑥불쑥 제멋대로 찾아와서 내 삶을 날카롭게 후벼 파내는 써글 것.

바로. 허무함.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 더 넌덜머리가 나.

아니다. 어쩌면 조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하나 두 개씩. 일상에서의 크고 작은 일들이 모여서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둔 성벽을 한방에 훅 무너트려 내리더라?

그 성벽을 내가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들어놨는데 말이야.     


긍정 한 스푼, 성실 한 스푼, 일상의 감사 한 스푼, 웃음 한 스푼.. 

내 마음을 잘 지켜내 주도록 차곡차곡 쌓아 올린 그 성벽을 

허무-라는... 니가 보낸 녀석이 한방에 무너트렸네?     


남의 허무에 앞장서던 그 발과,

나란히 걸은 모든 발, 남의 허무에 크게 웃던 그 입과 입 맞춘 모든 일.

비릿하던 그 눈과 다정히 눈 맞춘 모든 허무.  

   

한때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걸 해서 뭐 해. 해봐야, 넌. 세상의 좁쌀만큼도 안돼.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셀프검열과, 허무주의와 온갖 셀프현타들. 

그 녀석 앞에 오늘은 잠시 타격을 당한 건 사실이야. 인정해.     

그치만 이제는 달라. 니가 보낸 허무로부터 나를 구해주려고 해. 나를 지켜낼 거야.

나를 지켜낼 성벽을 다시 쌓아 올리는데 내 모든 걸 걸었어.

인생의 허무를 달래 가며, 나를 일으켜 세우는걸. 잘 지켜봐. 연진아?


여기까지 오는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야, 좁쌀! 넌 뭔가 변했다? 뭔가 알록달록해졌달까?'     

'근데 허무야. 넌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


내가 비록 세상의 좁쌀이더라도 좁쌀은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하지 않겠어? 연진아?


'대체 언제부터 계획한 거야?'

'내 꿈이, 너야. 하루를 밝히는 글쓰기.'     


'하루하루 재밌었겠다? 여기까지 오면서.'    

'올 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와보니 재밌긴 하네. 특히, 오늘 너무 재밌어. 나의 글 세계에 온 걸 환영해. 연진아. 파이팅???'


나의 허무를 조롱하고 망가뜨리던 그 손과, 손잡은 그 모든 손.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퍼지고 게을렀던 너의 영혼. 

난 거기까지 가볼 작정이야. 연진아.     


앞으로 허무주의에 빠지는 거, 꿈도 꾸지 마. 

내 게으름. 생각도 하지 마.

넌 지금부터 그냥 쓰는 거야. 

내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근데 허무야.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를 말해줄까?

글쓰기는 침묵 속에서 욕망을 드러내고, 매혹하고 매혹당하며 서로를 발가벗겨.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그땐 그저 글자인 거지.     


넌 참 좁쌀 같네. 흐흣? 넝~ 담!!!          


오늘부터 모든 글쓰기가 재밌을 거야.

자극적이고 또 보고 싶어 질 거야.

내 글을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글친구가 될 거거든.


연진아.     

오늘도 하루를 기록하고, 일상을 쓰고, 그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너. 

파이팅 좁싸알~ 브라보!!! 멋찌다!!! 







*이전에 발행했던 원글입니다.

https://brunch.co.kr/@pinkkongju/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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