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콩 키우기

1년 늦은 육견일기

by PINKPONG

여섯 번째 이야기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강아지를 기르는 것에 대한 나의 이상은 SNS나 유튜브에서 보이는 똑똑하고 예쁜 강아지들이었다. 나도 그렇게 그림같이 예쁜 강아지를 영상같이 예쁘게 기를 줄 알았는데 개부모가 된 지 2주가 넘어가는 시점의 현실은 냉혹했고 나는 처참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잠이 많다. 엄밀히 말하면 예민해서 잠드는데 보통 2시간 정도 걸리고 중간중간 반드시 화장실을 가며 조그만 소리에도 잘 깨는 편이다. 그래서 누워있는 시간이 10시간이라면 실제 수면 시간은 6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 삶이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오후에만 일하는 직업을 가졌고 가족이 남편과 단 둘 뿐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직업인지라 집안일 대부분은 내가 도맡아 했는데 그건 우리 부부의 암묵적인 합의였다. 나는 남편이 힘드니 좀 더 시간적 여유가 많은 내가 집안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여겼고 전혀 불만이 없었다. 남편 또한 나를 배려해서 최대한 힘쓰는 일들은 본인이 하려고 했고 내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15년 차이지만 늘 서로를 아끼고 배려했고 사소한 다툼이 있었을지라도 크게 싸우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핑크콩이 우리 집에 온 이후, 우리 부부는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나대로 일거리가 늘어나서 체력적으로 힘이 드니 남편에게 왜 나만 힘들어야 하냐며 왜 강아지를 데려오자고 했는지에 대해 징징거렸다. 물론 함께 정한 일임에도 나는 괜한 심술을 부렸다. 당신은 일가면 끝이지만 나는 저 아이랑 하루종일 있어야 한다며 쏘아붙였다.

남편은 남편대로 시간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인데 내가 화를 내니 기분이 좋지 않았고 예전처럼 온전하게 본인을 챙겨주지 못하니 서운했던 것 같다.

콩이가 우리 가족이 된 이후, 하루의 시작은 늘 콩이 뒤치다꺼리였다. 전에는 남편의 아침을 다양하게 챙겨주려고 팬케이크를 굽거나 샐러드를 만들거나 이것저것 메뉴를 생각해서 준비했다. 출근해서 마실 커피도 타서 보온병에 넣어주는 등 나름 신경을 썼고 그럴 체력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콩이가 온 이후 나는 아침에 남편을 챙길 여력도 없이 콩이의 밥을 챙기고 똥을 치우고 하느라 바빴다. 자고 나와 보면 콩이는 똥밭에 구른 채 해맑은 얼굴로 우리를 반겼다. 온몸에 묻은 똥을 사방으로 털어서 바닥부터 벽까지 전부 닦아야 하다 보면 힘도 들고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부족한 수면을 낮잠으로 보충하려고 하면 콩이는 이유 없이 엄청 낑낑거렸다. 뭘 원하는지 정확히 표현하지도 못하는 존재가 계속 낑낑대는 걸 듣는 게 가뜩이나 잠이 부족한 나로서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기니까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그런 걸 살펴주는 게 보호자의 역할인데 나는 처음이라 그냥 힘들다고만 여겼다.

예전처럼 아무 때나 휙휙 외출을 하는 것도 집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것도 뭐 하나 편하게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자유가 사라졌고 시간이 없어졌다. 격하게 혼자 있고 싶었다. 실수를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모든 화살이 남편에게 돌아갔고 우리 부부는 결혼 15년 만에 처음으로 사이가 서먹해졌다. 아... 우리에게 아이가 없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면 정말 많이 싸웠겠구나. 이런 생각들로 마음이 무거웠다.

지인들이 강아지가 귀엽다고 기르고 싶다고 하면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천만 원만 주면 이 아이와 각종 용품까지 싹 넘겨주겠다고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천억 원을 준대도 보낼 수 없는 소중한 내 새끼이지만 그때는 단지 내가 받는 고통만 생각했다. 콩이로 인해 우리가 잃게 된 것들에 대한 불만이 얻게 된 것들에 대한 감사보다 크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콩이로 인해 잃게 된 것들은 사실 없었다는 걸. 모든 게 내 마음의 문제였다는 걸 말이다. 엄마의 마음이 그때 전쟁 중이었다는 걸 이 아이는 몰랐는지 사진을 보면 참 해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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