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늦은 육견일기
일곱 번째 이야기
우리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펫샵에 가보면 보통 수많은 작은 강아지들이 수많은 작은 상자 속에 착착착 들어있다.
<아! 강아지는 저 정도로 작은 공간이면 충분하구나.>
적어도 나는 그 당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나는 우리 집에서 그 정도의 공간은 충분히 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아지를 데려오고 나서 며칠도 되지 않아 주객은 전도되었고, 그 조그만 털뭉치가 우리 집 전체를 집어삼켰다. 작고 조그만 녀석이 호기심은 어찌나 많은지 쉴 새 없이 뽈뽈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커다란 울타리를 쳤으나 우리의 그런 노력을 비웃듯 콩이는 그 사이를 쑥 하고 빠져나왔다. 이게 아닌데 싶어 적잖이 당황했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
털뭉치 녀석이 대놓고 짖거나 우리를 향해 으르렁거리지도 않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자꾸 조바심치기 시작했다. 아니 남편은 괜찮았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태평한 면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늘 말하지만 걱정을 달고 사는 걱정인형이기에 모든 것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콩이가 조금만 낑낑대도 공간이 협소해서 스트레스를 받나? 궁금한 곳을 못 가게 막아놔서 스트레스받나? 내가 옆에 없어서 그런가? 별별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결국 울타리의 반경이 자꾸 넓어지더니 더 이상 강아지를 가두는 용도가 아니었다. 이제는 강아지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들에 울타리를 치기 시작했다. 털뭉치 녀석이 한번 들어가면 좀체 나오지 않는 소파 밑이나 침대 아래를 막는 용도로 쓰였고 그 밖의 집 전체가 그 녀석의 영역이 되었다.
애초 우리는 강아지를 데려오면서 침실을 개방하지 말자고 정했었다. 그러나 막상 밤이 되어 자려고 하면 콩이가 무서울까 싶어 거실에 두고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마음이 약해진 우리는 콩이를 덜렁 들고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재우기로 했다. 예민한 나로서는 콩이가 밤새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에 잠을 설쳤고 무척 피곤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들 때문에 화가 났고 그 와중에 잘 자는 남편을 괜히 괴롭혔다.
그래도 아직까지 침대는 성역으로 사수하고 있다. 이것도 우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에게 깔려서 콩이가 다칠까 싶어 결정한 것이었다. 이제는 콩이의 발소리에 익숙해져서 그 찹찹찹 소리를 들으면서도 잘 잔다.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한다는 건 곧 그 누군가와 삶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다시 얘기하면 인생을 공유하는 것이다. 작은 존재니까 작은 공간을 내주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은 분명 착각이다. 털뭉치 녀석은 젖은 캔버스에 털어진 물감 한 방울 같은 존재였다. 내 공간 전체를 물들이고 색을 바꿔버렸다. 그 녀석이 물들인 내 캔버스의 색은 핑크색인 것 같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지금도 적응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