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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Feb 14. 2020

[오늘의 생각]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침대 말고, 내 마음.


1.

대학생 때 나는 연애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일단 내가 다닌 학교에는 '이성'이 없었고

연합 동아리 활동 등은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나의 목표는 대학원을 공짜로 다닐 수 있는 학점을 따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마음을 흐트러 트릴 수 있는 것들엔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

혹시나 시험을 앞두고 이별을 통보받으면 어떻게 하나,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으면 극복할 수 있을까?

있지도 않은 남자친구와 생기지도 않을 고민들을 걱정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누구를 믿었다가, 상처받았다가, 극복해가는 그 과정이 싫었다.

그 덕에 난 충분히 외로웠다.

하지만 그래서 아프지 않았다.


2.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이사를 앞두고 침대를 바꿀까 말까 고민했다.

어떤 침대의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흔들리지 않으면 편안하다고 한다.

침대 뿐만이랴.

이리 저리 뒤척여도 흔들리지 않는 비싼 침대만큼이나

내 마음도 흐트러지지 않길 바랬다.

그래서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이 오늘같은

하루일지언정, 매일이 고요하길 바랬다.


하지만 더 이상은

자발적 외로움이 줬던 편안함 속으로

도망칠 수 없었다.


3.

대학생 때 충분히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받고, 눈물 콧물 쏙 빼며 잠 못드는 밤을 보냈더라면

그리하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극복해내는 법을 배웠더라면

난 조금 더 단단해졌을까.


누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든

"어? 쓰레기를 던지네? 쓰레기통에 버리자."라며

남이 던진 쓰레기를 휙- 던져버리는 쿨한 사람이 되었을텐데.


4.

나는 사람들을 쉽게 믿고

또 의지하고, 그러다가 상처받고,

혼자 분노했다가 서운해한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생 때처럼 피하진 않으려고 한다.


충분히 깨져보겠다.

마음껏 상처받겠다.

샤워하다가 엉엉 울기도 하고,

교회가서 기도하며 화도 좀 내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정도 부리겠다.


그러다보면 엄마, 아빠만큼이나

사람들을 보는 눈도 키워질테고

그렇게 사람의 진심을 읽는 힘도 자라날테고

자연스럽게 내 마음을 지킬 울타리도 튼튼해지겠지.


바보같이 믿고, 기대하고, 상처받게 되더라도

나는 그런 나를 그대로 내버려 둬야지.

흔들리지 않는다고 편안한 것이 아니다.

마음껏 흔들리더라도 곧 중심을 잡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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