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첫 출근 날..
10년 만에 하는 출근이라 매우 긴장한 상태로 출근을 했다.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로 있다 보니 어깨도 등도 아프고
나만 두고 다들 외근을 가니 할 일 없이 멀뚱멀뚱 있기만 했다.
처음 채용공고에는 정규직으로 공고가 났으나 계약직으로 채용할 건데
괜찮겠냐 대신 수습기간은 없고 하는 거 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모호한 말이 돌아왔다.
계약직도 상관없었다. 뭐.. 해보고 별로면 재계약 안 하면 되는 거지
계약 기간도 1년이 채 안 되는 걸 보고 자칫하면 연말에 그냥 계약 종료가 될 수도 있겠네 싶었다.
근무기간이 1년이 안되면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그래도 최근 일한 경력이 생기면 재계약 안 돼도 다른데 이력서 넣기엔 좀 수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사무실에 나랑 둘만 있게 된 김대리가 나한테
- 솔트님 왜 계약직 된 건지 알아요? 하고 운을 뗐다.
내가 계약직이 된 건 면접 때 복지에 학자금 지원이 있는 것을 홈페이지에서 먼저 확인을 하고
물어볼 거 있냐는 말에 혹시 학자금 본인도 지원되나요? 한 게 화근이었다고 했다.
나는 당시 방송대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상황이었고 본인도 된다면 혹시?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걸 내가 일찍 결혼했다면 아이가 20대 초반일 수도 있을 거고 그럼 자녀한테 학자금 지원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안된다 하고 다들 오해를 했더란다.
그래서 지레 겁먹고 내 면접이 끝나자 본사에 전화해서 계약직으로 채용하자고 해서 계약직이 된 거라고 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람.. 면접 때 분명 내 학자금 때문에 궁금해서 그런다고 얘기도 했는데.
나를 채용하기까지 면접을 꽤 많이 봤다는 얘기도 해줬다.
처음엔 특성화 고등학교에 채용 의뢰를 했다가 막상 학교로 면접을 위해 학생을 만나러 가보니
고3이 취업을 나오기에는 너무 어려 보여서 이런 애기한테 어떻게 일을 시키겠나 하는 마음이 들어
채용을 포기했고 그 후에 채용 사이트에 공고를 올려 면접을 나이와 기혼유무 상관없이 여러 번 봤지만
다들 일단 사무실에 남자만 있는 것을 꺼렸고 출근하기로 하고 잠수를 탄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채용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고 아마 크게 별일 없이 이 상태라면 정규직 전환은
꼭 될 거라고 해줬다.
나야 경력단절 직전에 다녔던 회사가 남자만 있는 회사였기 때문에 지금의 회사도 남자들만 있는 것에
딱히 거부감은 없었고(경력단절 전 회사는 건설 관련/현 회사는 IT회사다) 그게 입사를 포기할 이유는 안 됐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업무는 늘어났고 사무실 사방에서 솔트님! 솔트님! 하고 나를 찾는 소리도 많았다.
시간이 점점 지난다는 것은 나의 계약 종료가 다가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무렵 나는 재계약은 회사가 아니라 내가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업무가 미친 듯이 늘어있었다.
여름부터 겨울이 되어가는 동안 내가 갈려나가고 있었다.
나와 업무가 겹치지 않는 다른 팀 직원들이 봐도 내가 갈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팀에서는 슬슬 나의 재계약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김대리는 여기서 솔트님 빠지면 큰일 나요 저 일 다 어쩔 거야.... 하고 걱정했다.
일은 여전히 산더미 같았고 내가 계약 만료로 빠지면 뒷 일은 뻔했다.
나는 11월 초쯤 다음 달이 계약 만료입니다 하고 운을 띄웠는데 팀장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날 점심때 상무님이 물으셨다.
- 계약 만료가 언제지?
- 다음 달 말일입니다.
그러고도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채용 사이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재계약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이렇게 갈리면 사람이 가루가 되겠는데? 하는
생각으로 심란할 때였다. 다른 팀에서도 솔트님 재계약은...? 하고 묻기 시작했다.
11월이 다 지나가고 12월이 시작돼도 회사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새로 사람 뽑을 거면 지금 해야 인수인계라도 하고 가는데?
왜 말이 없지? 나 계약 종료인가?
이제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써서 취업할 때가 된 것인가?
하고 혼란스럽던 12월 초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 솔트님 인사팀 한대립니다. 통화 가능하신가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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