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님은 나의 선언에 그럴 줄 알았다... 하고 한숨을 쉬셨다.
- 너네 팀장한테 말 안 하고 바로 나한테 온 이유도 알겠고...
본부장님은 휴... 하고 한숨을 쉬고 그러지 말고 매장으로 발령내서 떨어뜨려 줄 테니
매장 나가있는 건 어떠니 하고 물으셨다.
- 아니에요. 매장으로 발령이 나도 팀장님을 안 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 그렇게라도 보는 것도 싫어요.
순서가 이상하지만 팀장한테는 본부장님이 얘기하기로 하고 1차 퇴직면담이 끝났다.
임 과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본부장님 방에 불려 가서 퇴직일자를 확정받았는데
나는 자꾸 차일피일 미뤄졌다. 기린같이 목을 빼고 본부장님 방을 쳐다보길 며칠을 했다.
그 심란하고 혼란한 와중에 나는 그때부터 그냥 꼬박꼬박 칼퇴근을 했다.
어차피 퇴직절차 밟으려고 복귀했던 거고 회사에 더 이상의 미련은 없었다.
말이 칼퇴근이지 저녁 9시에 퇴근이 어떻게 칼퇴근일까...
9시에 주섬주섬 퇴근 준비를 하자 팀장이
- 야 김솔트 너 이제 눈치도 안 보고 퇴근해?
9시에 퇴근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얼른 그만둬야지...
- 네 약속이 있어서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 약속? 어디서? 남자도 있어? 남자 만나러 가는 거면 나도 같이 가자
김대리는 유부남 밖에 안 불러줘 나 결혼 안 한 어린애랑 놀고 싶어
그 소리에 나도 임 과장도 김대리도 동시에 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쳤나 봐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려는 걸 이 악물고 간신히 틀어막았다.
팀장과 나의 사이는 누가 봐도 최악이었고 내가 갑자기 다시 무단결근을 한다 해도
다들 이해한다고 할 정도였다.
저는 내일부터 님 갑자기 출근 안 한대도 이해해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그 정도였는데 내가 약속이 있다니까 갑자기 짜증 내던 얼굴이 펴지면서
눈을 반짝이고 남자도 있어? 라니....
- 야!! 내가 뭘 어쨌다고 셋다 한숨이야!!!!!
팀장이 악을 쓰든 말든 그냥 나는 그냥 퇴근해 버렸고 김대리랑 임 과장은 각자 나에게
팀장 저건 병이다 못 고친다 라며 카톡을 보냈다.
김대리도 그쯤엔 팀장이 같이 술 마시자는 건 피하고 있었다.
팀장이 김대리 남편을 붙들고 운 사건 이후 김대리는 팀장이 술 마시자고 하면
시부모님한테 혼나요 하며 피하는 중이었다.
김대리 말에 따르면 다음부터 니 남편 말고 다른 남자 불러라고 했다던가...
아무튼 임 과장은 퇴직일자가 확정되었고 팀장은 자기가 아닌 본부장님한테
바로 말한 것에 대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요 하고 조금 서운하다고
별로 안 서운한 얼굴로 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도 바로 본부장님을 찾아간 것을 알고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야!!! 내가 팀장인데 나한테 왜 말을 안 해? 너 나 무시해!!! 야!!
퇴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고 악을 쓰고 펜을 던지고 난리를 치다 그걸 목격한 본부장님한테 소환당했다.
미친 사람과 일하다 퇴사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본부장님 방이 따로 있지만 유리벽, 유리문으로 된 방이 방음이 될 리가 만무했고
- 지금 뭐 하는 거예요?
- 저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사무실 여기저기서 미친년.. 아무것도 안 하긴... 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본부장님은 팀장에게 빨리 들어가라며 퇴근시키고 나를 부르셨다.
이마를 짚은채 한참 말씀이 없으시다가
- 하... 임 과장이 오늘까지고.. 그래 너도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하는 걸로 하자 고생했다.
그렇게 나의 5개월의 직장생활이 갑작스럽게 끝났다.
김대리는 나와 임 과장이 같은 날 이렇게 그만둔다는 것을 알자마자 머리를 싸맸다.
- 과장님도 없고 솔트대리님도 없으면 저는 어떡해요..
임 과장과 나는 김대리에게 진심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 도망쳐....
그리고 머지않아 들린 소문은 김대리 또한 본부장님 찾아가서 펑펑 울고
다른 팀 발령.. 그렇게 팀이 깨졌다.
퇴사 후 나는 곧바로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12시간이 넘는 미친 근무시간이 아닌 정상적인 근무시간 보장!!!
김 과장한테 연락이 왔다.
- 너 다른 팀 안 갈래? 마침 티오가 있는데...
- 아뇨 저 지금 다니는 회사 너무 좋아요. 칼퇴근도 되고요 근데 가면 팀장 봐야 되잖아요..
나랑 통화를 끊고 김 과장은 아휴 솔트 얘는 너무 좋은 회사 갔네 칼퇴근도 되고
급여도 여기보다 더 많이 받고 거긴 솔트 괴롭히는 사람도 없대!!
하고 사무실에서 팀장 들으란 듯 크게 얘기했다고 했다.
여기에 다들 어머 솔트대리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하는 여러 사람들의 맞장구에
팀장은 혼자 펜을 던지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후에 남아있던 김 과장에게 들은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팀이 깨져 팀장 혼자 근무하던 중 또다시 무단결근을 2주 가까이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번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시 복귀를 했는데
이번엔 전처럼 넘어가는 게 아니라 곧바로 대표님에게 호출당했다고 했다.
팀장을 호출해서 너 나가하고 짧게 얘기하셨단다.
팀장은 계속 근무를 희망했으나 대표님은 여러 가지 자료를 갖고 계셨다고 했다.
업무용 차량 개인적으로 쓰다가 사고 낸 기록과 무단결근, 그리고 여기저기 매장 점장들과 사무실 사람들이 증언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록들...
- 너 때문에 팀이 깨진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네가 뭔데 내가 공채로 처음 뽑은 애를 그만두게 만들어
점장들한테 내 지시라고 하고 헛소리 하고 다니는 거 모를 줄 알았어?
그렇게 팀장은 해고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팀장 그만뒀다고 다시 돌아오라는 연락을 3개월간 줄기차게 받았다.
아뇨 저는 그래도 안 가요.
이제는 고객이 되어 방문한 매장에선 점장님들이 피식 웃으며 전한 말은
- 너네 팀장이 너 나가고 나서 매장 와서 뭐랬는지 알아?
네가 너무 말을 안 들었다고 점장들한테 그러더라
- 제가요?
- 그래서 내가 그랬어 솔트가 말 안 들을게 뭐 있냐고 말 안 들은 거 뭐 남자 안 불러준 거요? 했더니
얼굴 시뻘게져서 그날 매장 둘러보지도 않고 갔어 사람들이 바보니?
그간 네가 한 게 있고 너네 팀장이 한 게 있는데 말 안 들었다고 하는 걸 믿게?
아.. 그것도 소문 다 났구나...
자기가 못되게 굴어서 여기저기서 미움받으며 하던 직장생활이 팀장이라고
뭐 좋았을까 싶긴 한데...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다. 여기 적지 않았지만 그 외에도 들으면
미쳤나 봐 싶은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다.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은... 얇은 내 자존심 때문이다.
차마 이런 일도 당했어요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요즘 같은 인식과 기업문화였으면 아마 팀장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집단 고소를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한 2년 뒤 우연히 팀장이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며
어느 작은 매체와 인터뷰한 것을 보았다.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함께 성장하는.... 아뇨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또 누굴 괴롭히려고.....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