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한동안 아팠다.
처음 열이 날 때는 단순한 감기인 줄 알았으나
장염 진단을 받고 나서는 장염이라 그렇구나 했다.
열이 나서 아침 일찍 팀장님한테 전화해서 당일 연차를 쓰고
병원에 데려갔고 이틀 후 너무 아파서 조퇴했을 땐 오후 반차를 쓰고
집에 가서 아이를 다시 병원에 데려가야 했다.
장염이라고 하는데 열흘 넘게 애가 아프다 안 아프다를 반복하니
교대근무라 평일에 쉬는 날이 생긴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큰 병원에 가서
받은 진단은 장간막 임파선염... 그리고 입원을 하라는 진단이 나왔다.
아이의 입원에 보호자가 있어야 하니 남편과 나는 번갈아 연차를 사용하기로 하고
그렇게 연차를 사용했다.
1월에 생긴 연차는 14.5개...(작년에 15.5개를 썼다)
5월 말 현재 남은 연차는 5개...(연차 사유가 전부 애가 아파서...)
내 연차의 사유는 전부 아이가 아파서였고 나를 위한 연차는 쓴 적이 있던가...
작년에는 남편의 교대근무 스케줄이 평일에 쉬는 날이 많았음에도 내 연차를
저만큼 쓴 걸 보면 작년에도 올해도 아이는 자주 아팠다.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기엔
친정찬스를 쓰기엔 친정이 멀리 있고 시댁찬스는 쓸 시댁이 없다.
내 연차를 야금야금 사용하는 수밖에...
연차를 내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내가 없는 하루 동안 별일이야 있겠나 싶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내 연차 내가 사용하겠다는데 하기엔 눈치가 보인다.
애 엄마는 이래서 안돼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지만 아이가 아픈 상황에는
어쩔 수 없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팀장님을 찾아가 저.. 내일 연차 좀 쓰려고 합니다... 하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밖에 없다.
뭘 눈치를 보면서 써요 그냥 연차 신청서 내면 되는데! 하는 분들은 그런 회사 부럽습니다.
연차를 사용해서 아이를 간병하면서도 밀려드는 메일과 걸려오는 전화에 즉각 대응이 가능하면
바로 대응을 해주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죄송한데 제가 연차라서 내일 오전에 말씀드려도 될까요?
하고 넘어가며 내일은 아이가 안 아파서 등교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하고 빌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누군가가 그럼 솔트님은 솔트님을 위한 연차는 언제 써요? 하고 물었을 땐 할 말이 없었다.
그러게요... 제 연차가 제 것이 아닌 거 같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직 아이는 아플 때 혼자 있기엔 어리고 돌봄이 필요하니 써야 하고
갑작스러운 연차 사용은 팀원들에게 할 일이 하나 두 개쯤 미뤄지는 것이라
눈치를 안 볼 수도 없고 늘 미안한 마음이다.
올해의 남은 연차는 어떻게 될지 감도 안 온다. 저 5개의 연차로 나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걸까...
제발 올해의 남은 날들 동안 아무 일도 없기를 아이가 안 아프기를 두 손 모아 천지신명께 비는 수밖에...
올해 하반기에는 연차 쓸 일이 없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