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 - 엄마사람과 김솔트 사이 어딘가...

by 핑크솔트

옷장에 입을 옷이 없다.

저 안에 든 것은 옷이 아니라 옷의 형태를 가진 무언가다.

출근 전에 저 중 입을걸 골라야 하는데 옷의 형태를 가진 무언가를

보고 있자니 착잡하다. 이게 무슨 소리야...


어제는 큰 아이의 옷 사주세요!! 요청에 네 마음대로 일단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아놔라 이따 같이 보자 했고

그전 주말에는 작은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가 생각지 않게 옷을 사줬다.

덕분에 아이들 옷장은 내가 4일간 빨래를 하지 않아도 옷이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아이들 옷은 잘도 사주면서 내것은 자꾸 미루다 보니

정작 장례식을 가야 한다던가 아니면 결혼식을 간다던가 할 때 입을

그럴듯한 '행사용' 옷이 없어서 당황한다던가 신발이 마땅치 않아서 당황하기도 한다.


엄마가 된 이후 나보다는 아이가 우선인 삶을 살고 있다.

전업일 때는 뭐 어디 나갈 일이 있어야지 하며 화장품이나 옷을 사는 걸 미뤘고

애들 옷은 때가 되면 꼬박꼬박 사줬다. 신발도 꼬박꼬박 사줬고..

그러다 이제 직장인이 되었지만 내가 돈을 벌고 있지만 나보다는 여전히

아이가 우선이고 그러다 보니 내 옷 사는 건 늘 그랬듯 점점 미뤄진다.

그러다 보니 옷장엔 후줄근한 옷들만 남는다.

아... 이거 안되는데...

김솔트... 한때는 그 미친 팀장마저 회의 중에 대표님이 말씀하실 때 내 수첩을 뺏어서

' 너 오늘 옷 입은 거 예쁘다 어디서 샀어? '를 물어볼 정도였는데(네 그땐 미혼이었죠)

엄마사람이 되고 나니 그 김솔트는 사라지고 없다.


그렇다고 그때만큼 멋 부리고 다니고 싶단 건 아니고요.

그냥 좀 더 나를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아니면 나를 챙길 사람은 없다.

엄마로서의 김솔트는 여전히 1순위지만 직장인 김솔트, 글을 쓰는 김솔트,

그림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김솔트 등등이 있고 어떤 김솔트는 순위권 밖이다.

모든 김솔트를 챙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애들 챙기는 정성의 반만큼이라도

나를 챙겨야 하는데 자꾸 나를 미룬다.

나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고 나를 챙길 사람도 나 밖에 없어요.

오늘 하루 본인을 잘 챙기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 그럴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회사원 일기-친절한 솔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