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라Lee May 08. 2024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드리며 진심을 전해요.

감사합니다.

엄마 뱃속에 거꾸로 자리해 제왕절개로 나온 나.

배고프다고 울고 똥오줌 쌌다고 울고 넘어져서 울고 엄마 보고 싶다고 울고 아프다고 울던 나.

동생과 싸우고 갖가지 장난치며 사고 치던 나.

어려운 수학문제 척척 풀어내지 못하던 나.

공부보다는 서태지와 아이들, H.O.T에 빠져 하루종일 노래를 흥얼거리던 나.

입이 짧고 추위를 많이 타 비실비실하던 나.

잠이 너무 많아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침대와 베스트프렌드였던 나.

방 안에 머리카락이 굴러다녀도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청소는커녕 입었던 옷을 의자에 산처럼 쌓아놓던 나.

TV 연예프로에 빠져 하루종일 리모컨을 끼고 살며 깔깔대던 나.

입덧이 너무 심해 임신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엉엉 울며 한 달에 반은 친정에서 살다시피 한 나.

아기 낳고도 육아가 너무 힘들면 친정으로 도피해 한 달에 열흘은 지내다 간 나.

아이 챙기느라 밥 제대로 못 챙겨 먹는다고 엄마가 해주신 국과 반찬들 1주일에 한두 번씩 받아먹은 나.

그리고 지금까지도 간간히 받아먹는 나.


차가운 매스로 여린 배가 갈라졌어도 내 웃음에 행복하셨던 부모님.

울고 또 울어도 내 눈치 잔뜩 보며 어르고 달래주시던 부모님.

까불대는 나를 쫓아내지 않고 인내심으로 버텨주신 부모님.

꽉 막힌 머리를 뚫어서 어떻게든 이해시켜 주려고 교대로 수학을 가르쳐주신 부모님.

가수 테이프와 CD, 포스터 사는 게 영 못마땅하지만 꾹 참고  지켜봐 주신 부모님.

매일 저녁 솥밥 지어서 따스한 반찬 만들어주시고 춥지 않게 바리바리 옷을 두둑이 입혀 주시던 부모님.

깨워도 꿈쩍 않는 딸, 잠이 보약이라며 좋게 생각해 주신 부모님.

지저분해진 방도 군소리 없이 싹 치워주시던 부모님.

TV앞에서 꿈쩍 안 하는 날 보며 그렇게 재밌냐며, 고만 보라고 안 하고 그저 웃고 가시던 부모님.

입덧으로 많이 힘들어 어쩌냐며 갖은 음식을 차려주시며, 먹지 못해 쓰러져가던 딸 일으켜 세워주신 부모님.

육아가 얼마나 힘들면 아기만 데리고 친정을 찾아오냐며 눈물을 지어 보이시던 부모님.

독박육아에 지쳐 쓰러질까 아이반찬, 내 반찬 따로 만들어 가져다주시면서도 더 못 만들어주심에 안타까워하시던 부모님.

그 반찬을 이젠 늙어서 힘들다고 하시며 아직도 만들어서 가방이 터질 정도로 싸주시는 부모님.

너희에게 더 잘해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부모님.


인내와 배려, 이해가 기본이 되어야 부모를 할 수 있음을 자식을 키우며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데도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외동을 키워도 벅차고 버거운 몸과 마음일진대, 저희 둘을 키우며 얼마나 혼을  갈고 뼈를 깎는 고됨이 있으셨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슬퍼집니다.


5월 8일의 카네이션으로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에 대한 감사함을 어찌 모두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대신 부모님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지금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아끼고 소통하며 배려하고 사랑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덕분에 한 세상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살다 갔노라는 말씀을 나중에, 아주 나중에 꼭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모자를 부모님.

항상 그립고 그립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스크를 빼니 바로 감기에 걸렸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