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11/26 (토)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를 이제 막 다 읽었다. 좀 오래 걸렸다. 여유 있게 읽었다. 첫 느낌만 적어두려고 노트북을 켰다.
소설 <스토너>가 생각 나는 소설이다. 제목은 <몸의 일기>지만 단지 몸에 대해서만 쓴 건 아니다. 그의 글 안에는 그의 인생이 묻어있다. 12세 소년 때부터 몸이 자신의 기능을 다하는 그날까지의 시간 동안 그가 생에서 겪은 많은 일들이 담겨 있다. <스토너>도 그의 학생 시절부터 그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의 크고 작은 어찌 보면 평범할 수도 있는 그저 한 사람의 인생이 압축되어 있다. 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거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켜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큰 숲을 보는 것처럼 나의 삶에서 크게 물러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그로 인해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여유 있게 바라보게 된다.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것을 실감 나게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좀 섬뜩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생각과 정신은 젊디 젊은데 몸만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몸을 잃은 아직도 멀쩡한 그의 정신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뭐 그런 생각이 들어 좀 섬뜩했다. 그의 영혼은, 정신은 여전히 그 이후로도 글을 쓰고 싶을 것 같은데 말이다.
눈이 온다. 눈이 오고 나는 비록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한 사람의 죽음을 보았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진다. 첫눈 때문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