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싶다. 이 영화 <라라랜드>를 다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내 마음속에서 폭포처럼 솟구쳤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이 영화에 담겨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사랑은 지금 무엇으로 남아있는가. 눈에 보이는 건 없다. 어떤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결실로 그 사랑을 증명하며 살아가지만 난 아직 그것조차 하지 않았으니 내가 한 사랑은 흔적조차 발견할 수가 없다. 단지 내 기억 속에, 추억 속에 존재할 뿐이다. 꿈처럼, 어렴풋이, 즐거웠던 그때...그리운 그때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싶다. 그 끝이 이렇게 허무일지라도. 사랑만이 꿈의 나라를, 환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처럼 가벼워지는 몸과 마음, 한 사람에게만 떨어지는 핀 조명, 저절로 움직여지는 몸, 몽롱하고 나른한 느낌. 그 무엇도 중요해지지 않는 그 황홀한 순간은 사랑 만이 경험하게 해준다. 가끔 지겹고 지치는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나를 비현실의 세계로 데려가 주었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 즉 글과 책, 그리고 사랑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에 빠져 있을 때, 사랑이란 그 감정에 빠져 있을 때 말이다.
이 영화 한 편을 통해 난 내가 사랑에 빠졌을 때 느꼈던 모든 감정을 떠올렸다. 너무나도 생생하게. 환희, 설렘, 뜨거움, 안달, 불안. 그리고 그것이 끝나고 가져다주는 후회와 허무까지. 열심히 노력한다고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 사랑의 잔인함까지. 어떻게 이렇게 한 편의 영화가 이토록 눈으로 귀로 몸뚱이로 마음으로, 내가 가진 온갖 것으로, 사랑했을 때의 그 모든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지. 놀라웠다.
사랑했던 그 순간들은 나에게 꿈처럼 아득하다. 꿈에서 깨어있는 지금 다시 꿈을 꾸고 싶고 다시 환상의 세계, 비현실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그저 우리인, 온 우주에 둘만 있는 것 같은 그런 세계에 아주 잠깐이라도. 눈을 뜨면 깨게 되는 꿈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은 하는 그 순간에 의미가 있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니까. 어떤 결실을 맺기 위한 도구가 아니니까.
사랑에 빠졌던, 그 찬란했던 순간이 그립다.
이 나이에, 아, 사랑하고 싶다. 결혼 말고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