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by Ann


올해 다 꺼져가는 책 읽기 엔진이 다시 시동을 켜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느려 터질 테지만 내 나름대로의 속도를 최고로 끌어올려 다시 책 생활을 해보려고 한다. 2017년 현재 내가 읽은 책은 총 2권.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정유정의 <7년의 밤>. <7년의 밤>에 이어 그녀의 또 다른 작품 <28>로 넘어갔다.





/ 1월 16일


<7년의 밤>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 그래서 이어졌다. 개가 등장한다. 동물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재밌게 읽혔다. 특히 개의 특징을 무척 잘 묘사했다. 키워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녀답게 동물, 사람에 대한 의학적 지식들, 전문 용어들이 마구 쏟아진다. 그것이 그녀의 상상력에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그런데 <7년의 밤>보다 긴장감이나 몰입도가 떨어지는 기분이다. 등장인물이 많은데 그들을 소개하는 초반부에서 조금 지치는 느낌이다. 이름과 매치가 잘 안 되어서 책장을 앞으로 넘겨 확인하게 된다. 물론 갈수록 익숙해지긴 하지만.


인수공통 전염병에 걸린 개와 사람, 그리고 걸리지 않은 개와 사람으로 나뉜다. 과연 그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그 목적지로 향해 가면서 나는 무엇들을 보게 될 것인가.






/1월 17일

주말에 오프라인 서점에 갔다. 서점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사고 싶은 책이 많았다. 이번엔 유난히 많았다. 특히 에세이. 이유는 내가 개인적으로 에세이 책을 만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온라인에 올려놓은,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쓴 글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책으로 한 권 만들어놓자 결심했다. 개인 소장용이지만 그래도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어 여러 에세이 책들을 참고로 둘러봤는데 목적은 온 데 간데없고 그저 읽고 싶은 욕구만이 나를 휘감았다. 화르르. 목록을 적어 집으로 돌아와 온라인 서점으로 주문했다. 너무 무거워서 들고 올 수가 없었으므로. 두근두근. 책이 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 당일배송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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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28>은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조금 힘든 소설이다. 개가 매우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데 그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다.


소설의 중반부쯤에 도착했다. 인간들은 살기 위해 같은 인간을, 그리고 개를 죽이고 사지로 몰아넣는다. 나도 인간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나도 다를 것 없겠지만 가끔 영화나 소설에서 이런 장면들을 보면 정말 인간이 싫어진다. 심하게 과하게 말하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잠시 환기를 시킬 겸 에세이 집으로 눈을 옮겼다. 배우 박정민의 <쓸 만한 인간>. 영화 <동주>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아직 보진 못 했다. 그의 연기보다 글을 먼저 접한 셈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유쾌한 사람인 듯 보였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은 부분이 꽤 있다.


글 쓰는 배우. 멋있다.






/1월 19일

2013년의 소설에서 현재를 보았다.


이 한심스러운 병원을 구원한 건 당국이나 정부가 아니었다. 이전부터 화양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해오던 노인 20여 명이었다. 왕년의 목수, 아코디언을 켜는 카바레 악사, 전기 수리공. 그중 자신을 '재야의 장의사'라고 소개한 62세 남자가 가장 젊었다.



10명의 군인들이 착검한 총을 들고 구덩이 삼면을 에워쌌다. 나머지 둘은 스키 폴만큼이나 긴 죽창을 쥐고 철장 문을 열었다. 덤프의 적재함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개들이 구덩이로 떨어져 내렸다. 처음엔 몇 마리씩, 곧 무더기로. 떨어진 개들은 곧장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누워 자빠진 동료의 몸을 딛고 서로의 머리를 밟으며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구덩이를 에워싼 군인들은 착검한 총 끝으로 개들을 찍어서 구덩이로 다시 떨어뜨렸다. 큰 개, 작은 개, 검은 개, 흰 개들이 눈을 찍히고, 뱃가죽이 뚫리고, 등을 꿰인 채 핏물을 내뿜으며 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백구 한 마리가 창살을 발로 움켜쥐고 버둥거렸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피투성이가 돼서 구덩이로 떨어지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른 한편에선 굴삭기가 구덩이를 덮기 시작했다. 개들은 떨어져 내리는 흙과 쓰레기 더미 속에서 울부짖었다. 그 울음이 윤주에겐 사람의 말로 들렸다.

살려주세요.






/1월 20일

소설 <28>을 다 읽었다. 처참하고 무시무시하고 지긋지긋하고 무자비한 재난 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 이 세상이 아직까지 멸망하지 않고 이는 이유를 이 책이 알려준 것 같다. 해피엔딩 같지 않은 해피엔딩 소설이었다.


생각을 좀 더 숙성시켜 곧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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