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날이 늘어갈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아간다. 세상에 대해 나는 점점 더 모르겠다. 그래서 점점 더 혼란스러움이 커진다. 마침 오늘 이다혜 작가의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를 읽었다. 책은 아직 초입에 들어섰지만 제목만큼은 무척이나 와 닿는다.
요즘 그런 생각과 더불어 이미 나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책을 읽은 사람들(비슷한 세대)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과 후회를 동시에 느낀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 또 나도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 그들의 시간을 따라잡으려면 열심히 읽고, 열심히 써야지 하면서도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실망감이 종종 나를 괴롭힌다.
독서와 글쓰기는 어릴 때부터 내가 좋아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오던 일이었지만 좋아질수록 욕심이 생긴다. 그것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생기는 부작용 같은 것일까. 욕심이 부러움과 질투심을 낳고,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불러일으킨다. '그저 예전처럼 남들이 어떻게 했든 내가 좋아서 나의 속도대로 꾸준히 나아가면 된다' 하면서 지냈다면 괜찮았을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욕심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또 다른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평소 열등감이 좋은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 욕심으로 그저 천천히 걷기만 했던 내가 잠시나마 속력을 내어 뛰고, 그렇게 뛴 만큼 실력이 는다면 좋아하는 일을 더욱 재미있게,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늘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일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그렇듯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혼란스러움과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감정들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좀 더 잘하는 일로 만들어주는 도움닫기 같은 역할을 해줄 거라고 믿어보려 한다.
당연하지만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알고 싶은 것들도 너무 많다. 읽지 못한 책들, 보지 못한 영화들이 너무 많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혼란스럽고 답답하지만 설레기도 한다. 일단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몇 년 후 또 그냥 지나가버린 텅 빈 시간들을 후회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질투와 부러움으로 나 자신을 책망하지 않도록.
자, 오늘이 그 첫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