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억해야지

by Ann





인간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걸 손에 쥐어줘 봐야 그 행복을 얼마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빼앗으면 간절히 기도한다. 다시 돌려달라고. 다시 돌려받으면 다행이지만 금세 또 잊는다. 그리고 잃는다.


병원엘 다녀왔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 날이었다. 어젯밤부터 조금 긴장을 했다. 진료실 앞 의자에 앉아 내 이름을 부르기를 기다리면서 평소 잘 안 하는 기도를 성의 없게 했다. 그러다 바로 다시 ‘이미 결과는 나와있는걸. 지금 기도해봤자 소용없지.’하곤 그것마저도 그만두었다. 그때 내 이름이 들렸고, 나는 질료실로 들어갔다. 가뜩이나 중요한 날인데 나의 담당 선생님은 휴가중이어서 처음 보는 선생님이 나를 맞이했다. ‘휴가중인 선생님에게 난 수많은 환자들 중 하나겠지, 나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날이며, 일인데 휴가중인 선생님에겐 이미 잊힌 환자겠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낯선 선생님이 어떤 결과든 말해주길 기다렸다.


다행히도 낯선 선생님의 입에선 희소식이 전달됐다. 선생님도 나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선생님의 희미한 미소는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꾸벅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좀 전의 나처럼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나처럼 좋은 결과가 있길 진심으로 바랐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며 병원 건물을 빠져나왔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기분도 좋았다. 하지만 분명히 이 좋은 기분이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금방 익숙해질 테니까. 감사했던 마음도 잊고 자만할 테니까. 애태웠던 한 달을 까맣게 잊을 테니까. 다만 그렇게 되지 않길,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잊힐 다짐이라고 하더라도 오늘을 기억할 거라고 오늘 내가 느낀 행복과 안심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잠깐만 멈춰서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꺼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뒤늦은 후회를 만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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