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뒤통수가 말을 걸었다

by Ann





무엇을 해야 한다,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 등등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나는 늘 두고만 보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마구마구 공격해도 속절없이 당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으로 밤잠 못 이루면서.


아직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를지 모르지만 문득 고양이의 뒤통수를 보면서 ‘인생 뭐 있나, 그냥 이렇게 게으르게 살면 안 되는 걸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대답.

‘그렇게 살면 되지 왜? 누가 안 된대?’


내가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나에게. 언제부터였을까. 마치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초등학생처럼 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아진 나. 그로 인해 무분별하게 돈을 쓰고, 또 맹목적으로 돈을 벌고 싶어 했다. 이러지 않았었는데. 충분히 내 삶에 만족했었는데.


아마도 내가 다른 이들의 삶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생긴 병이 아닐까 싶다. 더 쉽게 말하면 다른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것에서 행복을 찾고 만족을 찾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이들의 삶과 비교하게 되니까. 나의 반짝이는 보물들에 시선을 두지 못하고 다른 이들의 보물에 자꾸 시선을 빼앗겨 눈이 멀게 된 것이다.


나는 그것들로 인해 나의 취향이 더 고급스러워지고 더 확고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다. 나는 그저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흉내내고 있고, 흉내내고 싶었을 뿐. 온전한 나의 것은 오롯이 혼자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데 말이다.


스마트폰이 있고, 다른 이들의 삶을 너무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매체들이 많아 수도 없이 흔들리지만 언제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들은 내 인생에 주인공이 아니니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일 수밖에 없고, 나여야만 하니까. (갑자기 진지한 가운데 워너원의 노래를 나도 모르게 부르고 있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귀여운 나의 고양이의 뒤통수가 그렇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이곳에 대답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 진짜 잘하고 싶은 것에 욕심 대신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게 욕심을 버려 비워진 자리에 여유를 들이자. 게으름을 들이자. 게으름이 주는 많은 선물들을 만끽하자.


고마워 나의 고양이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런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