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늦었지만.

by Ann

어미의 고통으로 태어났을 생명. 똑같이 귀했을 생명. 그 생명이 그저 우리 밖으로 나와 잠시 자유를 만끽한 대가로 사살되고 말았다. 문이 열려 있어 나왔고 동물원을 벗어나지도 못한 채, 마음껏 뛰어다니지도 못한 채 어슬렁거리다가 그 벌로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다.



그 소중한 생명, 아까운 삶이 왜 인간으로 인해 죽어야만 했을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그 생명은 죽어서까지 자신의 모습을 전시해야만 했을까.



나는 어려서부터 동물원을 좋아했다. 앨범을 뒤져보면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다. 커서도 종종 가곤 했다. 내가 동물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게도 동물을 좋아해서였다. 판다를 좋아해서, 기린을 좋아해서 직접 보고 싶다는 이유로 동물원을 찾았다.



물론 갈 때마다 그곳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초원을 달리고 또 달려야 할 동물들이 축 늘어져 누워 있는 모습도, 깊은 산속에서 자유롭게 뒹굴어야 할 동물들이 사람이 주는 건빵을 받아먹으며 재롱을 부리는 모습도, 훨훨 날아다녀야 할 동물들이 작은 그물 속에 갇혀 날다 말다를 반복하는 모습도 나를 답답하게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신기해했고, 동물원을 나서면 잊곤 했다. 그리고 어제 내가 잊고 있던 그 동물원 안의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 사살되었다.



미안했다. 나도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다. 무관심했다. 아니 오히려 부추긴 꼴이었다. 동물원에 돈을 투자하면서. 아직도 컴퓨터 저장 공간 속에는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이 사진으로 갇혀 있다. 부끄러웠다. 이제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당황했을지, 얼마나 두려웠을지. 가만히 앉아 나를 바라보는 나의 고양이의 눈을 보다가 하마터면 울 뻔했다.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골똘히 나를 바라보는 너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존재인데, 그치 뚜이야. 너무 안 됐다. 그치?



이제야 동물원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탠다. 앞으로 나는 동물원을 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가지 못할 것이다. 너무 늦어서 부끄럽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림 수업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