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게으른 요가

by Ann


감기에 걸려버렸다. 코와 눈에서 계속 액체가 흘렀고, 목이 바싹 말랐다. 허리가 아팠다. 몸이 욱신거렸다. 올해 처음이었다. 컨디션이 가끔 안 좋을 때가 있기는 해도 감기는 잘 안 걸렸는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슬기와 걸으러 나갔다. 15,000보 정도를 걸었다. 약간 무리를 해서인지 밤새 불편하게 잠을 잤다. 감기약을 먹어서 그런지 다음 날은 조금 괜찮아졌다. 콧물과 허리 통증만 여전했다. 허리가 원래 좋지 않아 몸이 안 좋아지면 허리 통증이 늘 함께 온다.



오늘 아침까지 다른 곳은 더 많이 호전이 됐는데 허리 통증은 이어졌다. 8시 조금 넘어서 눈이 떠졌고 화장실에 다녀와 스트레칭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플 뮤직에서 명상 음악 같은 것을 찾아 틀어놓고, <게으른 요가> 만화책을 꺼내 보고 천천히 따라 했다. 어설프지만 호흡도 신경 쓰면서.



아주 쉬운, 릴렉스 편만 따라 했다. 고양이 자세, 아이 자세, 누워서 몸 비틀기, 고관절 스트레칭, 벽 잡고 스트레칭 등등. 발바닥을 마주 대고 앉아 몸과 고개를 숙이자 등과 허리의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다. 굳을 대로 굳어져 버린 몸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팠지만 호흡을 더 강하게 하며 몸을 접었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5회 정도를 반복했다. 6회째 통증이 덜해지고 등과 허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그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요가라고 할 수 없는 간단한 동작들을 마치고 나니 다시 잠이 몰려왔다. 오늘은 늦잠을 자도 되는 날이라 조금 더 잠을 청했다. 정오가 다 되어 눈을 떴다. 원래대로라면 허리가 아파야 하는데 개운하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은 몸. 아침 15분의 스트레칭이 가져온 효과일까? 한 번의 경험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왠지 그런 것 같았다. 나는 바로 다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8시에 했을 때보다 훨씬 수월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오, 이런 맛에 사람들이 요가를 하는 건가?



내가 하는 동작은 거의 노인들의 재활 치료보다 쉬운 동작들이다. 그것조차도 힘들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말해 뭐 하나.



아침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해기로 결심하는 것은 나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다. 하지만 매트 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눈이 떠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음악을 켜고 스트레칭을 하는 거다. 고양이 자세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해주고, 아이 자세로 어깨와 가슴을 펴주고, 비틀기 자세로 허리에 자극을 주고, 벽 잡기로 온몸을 열어주고.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다음은 나도 잘 모르겠다. 하다가 좋아지면 어떤 식으로든 더 발전을 시키겠지.



나를 알아가면서 과한 결심을 하게 되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나를 괴롭히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중간에 실패해도 포기는 하지 않는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결국 그게 가장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게으른 요가>라는 책은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진짜 딱 나의 매트 위에서 게으르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동작들을 알려준다. 오늘 밤 자기 전, 내일 아무 때나 눈을 떴을 때 또 해 봐야지. 게으른 요가.









ㅣ지혜의서재 북크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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