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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May 19. 2020

식물의 세계


무루님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훌륭한 열매를 맺지 않아도장을 읽다가 문득 점점 시들어가는 캣그라스를 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위를 가지고 베란다로 돌진했다.

 번째 캣그라스였다.  번째 캣잎은 뚜이가 무서워해서 버렸고,  번째 캣그라스는 뚜이가 너무 좋아해서  키워보려 했는데 곰팡이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더니 날파리들까지 꼬여 버렸고,  번째 캣그라스는 궁디팡팡 박람회에 가서 큰맘 먹고  화분으로  왔는데 갈색 잎들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역시나 날파리들이 꼬여 들더니 죽어버렸다.

싹을 틔우는   쉬워서 좋은데  자꾸만 죽는 걸까. 물도  채워주고 해도  드는 곳에 뒀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캣그라스를 정리하면서 그게 아니었다는  알았다.

 어느 순간, 마치 갈색으로 염색한 것처럼 마른 잎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이  부족한가? 물을 채워줬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보니  마른 잎들이 순식간에 늘어나 있었다. 그렇다. 어느 순간이란 내가 그렇게 자주 보지 않았다는 거다. 잊고 있다가 뚜이가 베란다 앞을 서성거릴  ! 맞다. 캣그라스! 하며 들여다보는  전부였다. 어떨  생각나서 베란다 문을 열어 보니 엄마가 물을 채워놓으셨다.

그렇게 ‘어느 순간에만 들여다보고 그때마다 말라버린 잎들을 손으로 톡톡 끊어주는  내가 하는 전부였다. 싱싱한 잎들은 뚜이 입으로 들어갔고, 마른 잎들은 버려졌다.

무루 님의 책을 읽다가 그렇게 버려져있던 캣그라스가 생각났다. 배랜다 문을 열고 화분을 바라보니 한숨이 나왔다.  이상이 갈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해버렸다. 제대로 앉아  잎들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태가 심각했다. 마치 방치된 어린아이의 머리카락처럼 뒤엉켜 있었다. 시든 잎만 잘라내야 하는데  잎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찾아낼  없을 정도로 엉켜있었다. 일단 보이는 부분들을 잘라냈다. 잘라내고  잘라내고.

비가  후여서인지 창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했다. 시든 잎을 자르고  잘라내면서 바람을 맞고 새소리를 들었다. 시든 잎들을 잘라내면서 반성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다. 고양이가 좋아한다고  좁은 화분 위에  많은 씨앗을  뿌려버렸다. 빽빽하게 자라난 잎들은 자리다툼을 했을 것이고 물이 부족해 항상 갈증을 느꼈을 것이다.   틈조차 없는 곳에 갇힌 사람들을 보는  같았다. 욕심 때문에 희생된 사람들. 나의 욕심 때문에......

지금 보니 너무 빽빽하게 잎이 들어차 바람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을  같았다. 곰팡이가 생긴 이유도  때문이겠지. 많은 잎을 잘라냈다. 무지하고 욕심 많은 주인 때문에 고통받는   여린 식물이었다. 발밑에 잘린 잎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화분 속의 캣그라스는 반으로 줄어 휑했다. 어떻게 보면 흉하기도 했다. 한참을 잘라내고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뒤에는 자는 줄만 알았던 뚜이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캣그라스에 사과했고, 식물 키우는   소질이 없지만  친구 만큼은 정성스럽게  키워보자 다짐했다. 치열하게 살아남고자 했던 흔적들을 보면서 식물에 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이 사라졌다. 죽은 잎들의 무게 때문에 모두 밑으로 처져 있던 초록색 잎들을 보면서 느꼈던 참담함은 나에게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게 했다. 식물들의 세계. 고양이들의 세계에 이은  다른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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