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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Sep 03. 2024

동료가 생기는 기분


혼자 일을 해왔다. 물론 늘 곁에서 함께 해 준 동생이 있지만 이 일 자체는 오롯이 내 몫이었다. 그러던 내게 종종 동료가 생기기도 한다. 외부와의 협업을 할 때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글로만 만날 때도 있고 직접 만나 진행할 때도 있고 아주 짧은 기간일 때도 있고 며칠이 걸리는 일도 있다. 단 하루라도 난 그들과 동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시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료. 극 I성향인 나는 혼자 일하는 게 편하다. 어쩔 수 없이 긴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일을 했었는데 사람의 눈치를 보는 일이 무엇보다 피곤했다. 상대는 특별히 내게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데 나 스스로 눈치를 보고 힘을 빼는 것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오래 혼자 일을 하니 가끔 왁자지껄 다 함께 일을 하며 성취감도 함께 느끼는 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이번에 한 카페 공간과 협업으로 북큐레이션을 하게 되었다. 내가 자주 가던 카페였는데 그곳 대표님이 내게 제안을 했다. 어떤 공간을 위한 큐레이션 경험은 많지 않아 걱정했는데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통해 시작했다. 7월에 이야기가 나왔고 이제 준비 거의 막바지다. 두 달 정도의 시간 동안 내게 동료가 생긴 기분이었다. 아주 마음이 잘 맞는 동료. 각자 열심히 준비하고 그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배려와 존중이 느껴졌다. 대화 도중 생각보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면 함께 기뻐했고 고민할 거리도 나눴다. 그 과정에서 뭔지 모를 든든함도 느꼈다.


임시 동료지만 이런 설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감사하다. 과정이 좋았으니 분명 결과도 좋을 거라 기대해 본다.


나의 큐레이션 책과 함께 선보일 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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