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이런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좋아해줘'를 보고.

by Ann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고, 보여주게 되는 SNS.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 좋아해 줄까? 생각하게 되지만 정작 사람이 좋아질 때는 좋아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그 모습의 그늘진 부분을 보게 될 때이다. 똑똑하고 완벽해 보여서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을 것 같은 사람의 작은 틈을 보았을 때, 너무 차가워 보여서 다가가기 꺼려졌던 사람의 온기를 느꼈을 때, 바보처럼 착하고 밝기만 한 사람의 그늘을 보았을 때, 늘 에너지 넘치는 사람의 축 처진 어깨를 보았을 때 말이다.



그 사람의 이면을 보게 되고 알게 되고 그래서 이해하게 되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사랑이. 오히려 고마울 때가 있다. 그 사람이 그런 면들을 가지고 있어줘서. 내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이 영화에 나오는 커플들이 모두 그렇다. 모두가 서로의 이면을 이해하게 되면서 사랑하게 됐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SNS를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직접 맞닿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필하기 위해 그가 좋아할 것 같은 모습들을 연출해 잔뜩 SNS에 올려서 결국 성공해봤자 그 사람과 편하게 밥 한 끼를 못 먹는다. 상대의 SNS를 통해 쉽고 편안하게 상대에 대해 알아내 보려고 하지만 그 사람의 내면에 담고 있는 진심은 보지 못한다. 메시지를 하루에 수십 통을 주고받아도 상대에게 어떤 아픔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결국 직접 겪고 보고 맞닿아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은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는, 서로의 이면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준다.



희한하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반짝반짝 좋아 보이는 모습이 아닌 그 이면에 색이 바랜 어둡고 거친 부분이라는 것이.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결코 밝고, 깨끗하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말 못 할 속 사정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잠들어 있는 모습이 더욱 상대를 사랑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영화는 그런 얘기를 밝고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너무 밝아서 오히려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몇 가지 환상들을 정리해놓은 것처럼. 가끔 이런 영화를 통해 사랑의 따뜻한 면을 느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늘 현실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다 보면 너무 거칠어진 것 같은 나를 발견할 때가 있으니까.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좋아하는 사람과 편안하게 밥 한 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주란(최지우)이 좋아하는 남자(하석진) 하고는 불편해서 저녁을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성천(김주혁) 앞에서 컵라면을 먹으면서 아직 그 사람이 불편해서 인지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고 얘기하는 장면에 크게 공감을 했다. 나 또한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불편한 사람하고 먹으면 맛을 제대로 느끼지도, 양껏 먹지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편안하게 먹으면서 얘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맛있게 양껏 편안하게 밥 먹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만날지도 모를 사람이. 그래서인지 이 영화 속 남자 캐릭터 중에서 성천(김주혁) 캐릭터가 가장 좋았다.



이 영화의 제목은 앞에 한 구절이 생략되어있는 것 같다. '이런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구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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