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독립하고 싶은 유일한 이유

by Ann


요즘 들어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집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 가능하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집은 내 소유의 집이 아니다. 부모님 소유의 집이고 내가 자유롭게 권리를 행사할 공간은 아주아주 아담한 나의 방 한 칸. 그곳엔 침대, 서랍장 하나, 행거, 화장대로 꽉 차있다. 마음 같아선 이 모든 걸 다 빼 버리고 책상 하나만 놓고 싶은데 그것 빼고 다 있다. 참 아이러니한 내 공간.


그래도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내 엉덩이만 한 공간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 보면 엉덩이가 배겨서 몇 번씩 엉덩이를 들썩들썩해야 하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기 때문에 다리가 저려 자주 다리를 펴줘야 하고 한참을 앉아있다가 일어서면 양반다리 자세 그대로 다리가 굳어 몇 분동안은 절뚝거리면서 돌아다녀야 한다. 약간의 무릎 통증이 동반된다. 그게 좀 힘들어서 부엌에 있는 식탁을 이용해보려고 했지만 세금 혹은 관리비 고지서, 우리 집 만병통치약인 진통제, 미처 장롱으로 들어가지 못한 겉옷들이 걸쳐져 있는 의자, 간단한 술안주로 딱인 믹스넛 통 등 자꾸만 눈에 거슬려 좀처럼 집중이 안 된다.



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나에겐 그만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환경이 중요하다. 집중력이 그지 같고, 능력이 모자란 사람이라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꽤 값이 나가더라도 아주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갖고 싶다. 질 좋은 나무로 만든, 나와 세월을 함께 보내고 그 흔적들을 감당하고 간직해줄 수 있는 테이블 말이다. 하나 더. 직접 짠 책장. 그 안에 직접 산 책들을 콕콕 꼽아 놓고 싶다. 그리고 그것들을 뿌듯하게 바라보고 싶다. 그런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것뿐이다.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꽤 값이 나가더라도 아주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갖고 싶다.




현재로서는 내가 우리 집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은 결혼 밖에 없는데 그것 또한 당장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은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막연하게 내가 3년 안에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못 한다면'이라고 쓰지 않는 건 내 마지막 자존심) 그때 다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과 떨어지는 것이 싫으니까. 미래의 그날도 완벽한 독립이라기 보다 나만의 공간, 작업실을 가져보는 걸로 계획을 세워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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