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책

'우사기의 아침시간'을 읽고

by Ann



우사기(남은주) - 우사기의 아침시간






'A Small, good thing' ,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구다. 이 책을 보니 딱 이 문구가 떠올랐다. 에세이가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어떤 심오한 주제가 있는 것도, 화려한 문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우사기'라는 블로거가 매일 아침 시간에 남긴 짧은 기록들을 묶어서 낸 에세이 집이다. 매일 아침 자신의 다짐을 쓰기도 하고, 그 시간의 감정을 쓰기도 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일기처럼 쓰기도 한다. 그것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읽다 보면 기분이 전환이 된다. 그리고 불끈 귀엽게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낀다. 아주 작고 여린 하지만 긍정적인 스스로에 대한 격려가 나에게도 살짝 전달이 된 것이다.




12월 31일
나에게 올 한 해는 다시 일어서는 시간이었다. 고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노래 가사처럼, 혼자만의 시간은 내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들고 무기력해지는 시간이 있다. 그런 시간을 피하거나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다시 나답게 일어서야 한다.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 얼마나 사람을 성숙하게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에게 위로가 된 것은 그녀 스스로의 에너지 때문이지 그녀의 의도는 아닌 것 같다. 그녀는 누군가를 감히 위로하려고 하거나 충고하려고 하거나 어떤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 같지 않은데 그녀의 생각, 삶 자체가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위로가 된다고 할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름 특별한 일들, 생각들을 만들어나가려고 하는 여린 날갯짓이 사람을 묘하게 뭉클하게도, 기운 나게도 한다. 문득문득 일본의 작가 '마스다 미리'도 생각이 났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여성 작가들이다.



사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빌려 본 책이다. 아마 서점에서 발견했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무료이기 때문에 쉽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것이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읽는 도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뭔가 통하는 게 있을 것 같은, 사회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마음이 통하는 그런 친구를 사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하더라도 나에 대해서 다 알 수가 없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전부 이해해줄 수는 없다. 그저 응원해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인 '우사기'라는 작가는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다. 이 책 속에는 마치 내 마음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내가 원하는 것들이 꽤 많이 적혀있었다.




7/ 9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옛날에 그렸던 그림 카드를 한 곳에 올려두고 여기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오롯한 나만의 영역이란 표시도 해두었다.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태지만 새로운 곳을 조금씩 꾸미는 설렘이 좋다. 아주 자그마하지만 햇살이 잘 들어 사진 촬영하기도 좋고, 가스레인지는 두 개뿐이지만 의외로 조리대가 넓어 제과 연습을 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또 글을 쓰는 작업실로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해보려 한다.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내고, 그렇다 보니 동적인 활동보다는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고, 책과 산책을 좋아하고, 결정적으로 끊임없이 글을 쓰는 것 등등 취향이 비슷한 점도 보이고 또 반면에 일본에서 혼자 생활을 하고 요리를 좋아하고 이렇게 책까지 내는 적극적인 모습과 같은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점도 보이는 그녀는 내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따뜻하게 이런저런 필요한 조언들을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 보면 그녀에게서 아주 훈훈하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이런 책 하나 만들고 싶다. 출판이 목적이 아니라 이렇게 자그마하지만 끊임없이 기록한 나의 글들을 정갈하고 소박하게 담아내고 싶다. 물론 개인 소장용으로. 계속해서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리라 이렇게 저렇게 궁리해보고 있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해서 큰 도움이 됐다. 나도 한 번 해볼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좀 더 커졌다. 그렇게 책을 만들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했을 때 별것 아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물결이 잔잔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작은 소망이 전보다 좀 더 반짝반짝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지만 누군가 이 우연을 만들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인연으로 느껴진다. 나에게는 정말 A Small, Good thing 이란 문구가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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