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상쾌한 마음속 공기

by Ann


나의 마음속 이곳저곳에 뭉쳐져 있는 털 뭉치들.

이런저런 마음의 먼지들이

어느새 큰 털 뭉치들이 되었다.




그 털 뭉치들은 이리 뒹굴 저리 뒹굴뒹굴하며

내 마음을 헤집고 다닌다.




이미 뭉치가 되어 버려서

그 안의 먼지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어떤 종류의 먼지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너무 커져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털 뭉치는 점점 더 커지고

그 크기만큼 자신의 존재를 나에게 알린다.

보고 싶지 않아도

이미 너무 커져버렸던 것이다.




마음의 청소가 필요한 시간이 왔음을 느꼈다.




가슴이 답답하고

복잡했다.

너무 더러워져 있었다.

마음에 공기 청정기가 필요했다.




나는 비로소 용기를 냈다.

털 뭉치들을 헤치고 안의 것을 볼 용기를 냈다.




자, 어디 한 번 보자!




헤치고 들여다본 털 뭉치 속의 먼지들을 봤다.

먼지는 치우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구나.

그때 그 먼지가 아직 있구나.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었던 많은 것들이

아직 있구나.

마음속 먼지들도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구나.




마음 먹 고공기 청정기를 준비했고

아주 강하게 틀었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아주 큰 것들부터

힘차게 빨아들였다.

쳐다보는 것조차 싫어서

치우지 못했던 마음속 먼지들이

하나 둘 씩 빨려 들어갔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공기 청정기를 트는 것이 아니라

먼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 먼지가 얼마나 많이 뭉쳐져 커졌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디쯤에 있는 지를 아는 것

그리고 그걸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털 뭉치들이 너무 크고 많아서

다 빨아들이기 까지

그리고 마음속 공기가 깨끗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청소는 끝이 난다.




그리고 난 공기 청정기를 끄지 않을 것이다.

나쁜 먼지들이 들어왔을 때 바로바로 빨아들이고

상쾌한 공기들을 뿜어낼 수 있도록.




하.

이제 좀 마음이 시원하다.

이제 좀 상쾌한 숨이 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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