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속 이곳저곳에 뭉쳐져 있는 털 뭉치들.
이런저런 마음의 먼지들이
어느새 큰 털 뭉치들이 되었다.
그 털 뭉치들은 이리 뒹굴 저리 뒹굴뒹굴하며
내 마음을 헤집고 다닌다.
이미 뭉치가 되어 버려서
그 안의 먼지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어떤 종류의 먼지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너무 커져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털 뭉치는 점점 더 커지고
그 크기만큼 자신의 존재를 나에게 알린다.
보고 싶지 않아도
이미 너무 커져버렸던 것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복잡했다.
너무 더러워져 있었다.
마음에 공기 청정기가 필요했다.
나는 비로소 용기를 냈다.
털 뭉치들을 헤치고 안의 것을 볼 용기를 냈다.
헤치고 들여다본 털 뭉치 속의 먼지들을 봤다.
먼지는 치우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구나.
그때 그 먼지가 아직 있구나.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었던 많은 것들이
아직 있구나.
마음속 먼지들도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구나.
마음 먹 고공기 청정기를 준비했고
아주 강하게 틀었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아주 큰 것들부터
힘차게 빨아들였다.
쳐다보는 것조차 싫어서
치우지 못했던 마음속 먼지들이
하나 둘 씩 빨려 들어갔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공기 청정기를 트는 것이 아니라
먼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 먼지가 얼마나 많이 뭉쳐져 커졌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디쯤에 있는 지를 아는 것
그리고 그걸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털 뭉치들이 너무 크고 많아서
다 빨아들이기 까지
그리고 마음속 공기가 깨끗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난 공기 청정기를 끄지 않을 것이다.
나쁜 먼지들이 들어왔을 때 바로바로 빨아들이고
상쾌한 공기들을 뿜어낼 수 있도록.
하.
이제 좀 마음이 시원하다.
이제 좀 상쾌한 숨이 쉬어진다.